18일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금리인상 사이클이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신규 수요자 사이에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동안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고정금리’를 선택할까 싶다가도 최근 변동금리보다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파르자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국내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승 폭(지난달 대비)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컸다. 2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서 4대 시중은행(케이비(KB)국민·하나·우리·신한)의 ‘30년 만기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원리금분할상환, 3억원) 상품의 10월1~23일 평균금리를 보면, 고정금리는 각각 케이비주택담보대출혼합 연 5.01%~6.41%, 우리아파트론 연 5.49%~6.49%, 신한주택대출 연 5.64%~6.44%,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 연 5.87%~7.17% 등이다. 해당 상품들의 지난달 9월 평균금리(연 4.90%∼5.15%)보다 대략 0.11%포인트~2.02%포인트 높은 편이다.
반면 ‘변동금리’는 케이비주택담보대출변동 연 4.65%~5.55%, 우리아파트론 연 5.68%~6.48%, 신한주택대출 연 5.02%~6.22%,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 연 5.73%~7.03% 등이다. 전달 평균금리(연 4.35%~5.35%)와 비교해 약 0.30%포인트~1.68%포인트 높아졌다.
일반적으로는 고정금리(지표금리는 5년물 금융채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경향이 있는데 10월 들어 18일까지 금융채 5년물(무보증 AAA 등급) 금리 상승폭(0.38%포인트)이 금융채 1년물 상승폭(0.26%포인트)보다 더 커져 그렇지 않아도 높은 고정금리가 훨씬 가파르게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금은행의 신규취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지난 7월 82.3%)이 2017~2021년 평균(66.2%)을 크게 웃도는 원인 중 하나다.
미국 모기지(주담대) 수요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MBA) 자료를 보면, 지난 19일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고정금리(주택담보대출비율 한도 80%)는 연 6.94%로 2006년 이후 최고치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기조 속에 첫 정책금리 인상(3월16일) 직후인 3월24일(3.36%)보다 3.5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모기지 변동금리(5년 고정금리 후 1년마다 금리변경)는 연 2.79%에서 5.65%로(+2.87%포인트) 올랐다. 미국에서 주택 모기지는 대부분 고정금리 상품(대략 98%)이고, 변동금리 비율은 1~2%(지난 4월 2.2%)에 불과했지만, 최근 고정금리 상승폭이 커지자 이례적으로 지난 19일 기준 일주일간 모기지 대출 중 변동금리 비율은 12.8%까지 높아졌다.
한은과 미 연준이 내년 초 혹은 상반기까지 정책금리를 지금보다 1.5%포인트가량 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담대 대출자들은 지금 당장 이자 부담을 한 푼이라도 줄이는 선택을 할지, 향후 더 높아질 이자 부담을 고려하는 선호를 취하는 게 나을지 복잡한 구도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영진 신한피더블유엠(PWM)이촌동센터 팀장은 “고정금리에는 금리변동 리스크가 이미 포함돼 있다. 2~3년 고금리가 계속된다면 고정금리가 더 낫겠고 그렇지 않다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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