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광고. 연합뉴스
전세자금 부족으로 신용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40대 박아무개씨. 시중은행에 상담을 요청하자 연 5.87% 금리로 7천만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상반기 신용대출을 알아봤을 때만 해도 연 3%대 금리였다는 박씨는 <한겨레>에 “매일 치솟는 금리에 친구들 사이에서 ‘대출 이자는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하소연도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4.76%로 올라갔다. 9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6%대를 돌파해 6.24%를 기록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금액별 가중)는 전월보다 0.23%포인트 오른 연 4.76%를 나타냈다. 2013년 1월(연 4.84%)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35%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 높아졌다.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전월보다 0.33%포인트 상승한 연 6.24%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뛰면서 8월 신규대출 중 금리 수준이 5%를 넘어가는 고금리 비중도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8월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도 24.5%로 전월(17.5%)보다 확대됐다. 고정금리 비중은 2021년 4월(27%)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컸다. 변동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돼 일정 주기로 이자율이 변하는데 비해, 고정금리는 대출 기간 동안 이자율이 변하지 않는다. 금리가 앞으로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정금리를 선택한 차주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금리는 한동안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말까지 빠른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우리나라 한국은행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콜금리→장·단기 시장금리→예금·대출금리’ 순서로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가계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채권 금리(시장금리)는 최근 국고채 3년물이 연 4%대를 돌파하면서 1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8월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신규 취급액 기준)는 1.54%포인트로, 전월(1.28%포인트) 대비 0.26%포인트 확대됐다.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훨씬 빠르게 오른 영향이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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