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1 세계 태양에너지 엑스포'에서 참가자들이 태양광 관련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태양광 대출의 부실 여부에 대한 점검을 시작했다. 여당 의원들이 당시 약 5조원대 태양광 대출이 담보물 가치를 초과한 무리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처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여당이 거론하는 대출 규모가 은행마다 제각각 다른 기준으로 집계된 것이라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1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공동 상장기업 유관기관 간담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 “태양광 관련 여신, 자금 운용이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나 구조로 돼 있다”며 “일단 1차적으로 도대체 어떤 업권에서 어떤 형태로 자금이 나가 있는지 구조,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태양광 대출 부실 여부에 대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 일부터 착수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기 태양광 대출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2017년 이후 태양광 대출 심사 과정에 여러 석연찮은 점이 있다”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당내 ‘태양광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대출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금융감독원과 긴밀히 협조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14개 은행이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으로 내준 대출액은 총 5조6110억원이다. 여당 의원들은 전체 대출액 중 26.7%(1조4970억원)는 담보물 가치를 초과한 무리한 대출로 부실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사업자들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은행이 담보를 처분해도 원금을 모두 회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숫자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태양광 대출 범위와 담보가액 기준 등에 대해 은행마다 다른 기준으로 집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태양광 대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담보가액을 설정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라며 “그런데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실에 자료를 빨리 넘겨야 하다 보니 은행마다 다른 기준으로 수치를 집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태양광 대출에는 정책자금 대출, 지방자치단체 협약 대출, 은행 자체 상품, 일반 여신 대출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양광 대출 통계가 정교하지 않은 탓에 공통된 기준을 만들어 은행들에 다시 자료를 받을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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