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한 상인이 영업을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식자재 도·소매업을 하는 자영업자 ㄱ씨는 코로나19 확산 뒤 매출이 크게 떨어져 배달용 차량은 물론 직원도 줄여야 했다. 하지만 최근 방역 지침이 완화하면서 거래처인 식당 등에서 식자재 납품 요청이 늘어났다. 새로 직원도 뽑고, 배달용 차량도 늘려야 하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시중은행에 신용대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문의했지만 기존 대출이 있어 추가로 돈을 빌리기 쉽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ㄱ씨와 같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유동성 공급·경쟁력 강화·재기 지원을 위해 2년 동안 41조2천억원 규모의 ‘맞춤형 정책자금’을 공급하겠다고 24일 밝혔다.
■ 소상공인·자영업자 ‘유동성 지원’에 10조5천억원 공급
정부는 일단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업은행(기은) 등을 통해 약 5조4천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신보는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조2천5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제공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웠던 자영업자 ㄱ씨도 이 특례보증을 통해 급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는 지난 추가경정예산안에 특례보증을 위한 예산 2200억원을 마련했다. 보증 한도는 운전자금의 경우 기업당 3억원, 시설자금은 소요범위 안에서 가능하다. 보증비율은 90%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증료도 0.5%포인트 깎아준다. 25일부터 기은, 신보 공식 누리집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유선 및 방문 등 방식으로 상담·신청이 가능하다. 신보와 기은은 매출 감소, 재무상황 악화 등으로 자금이 필요한 업체에 2조1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소상공인 대상 고신용 희망대출플러스의 대출 지원 한도를 기존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도 기존 방역지원금 수급자에서 손실보전금 수급자까지로 확대했다.
이번 대책에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 인하 방안도 담겼다. 기은은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해내리대출’(상시 노동자 10명 미만 영세 자영업자 전용) 3조원을 추가로 공급한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의 컨설팅을 받은 업체는 최대 1.2%포인트까지 금리 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희망대출플러스 제도 개편과 해내리대출 금리 우대 확대 등은 내달 8일 시행 예정이다.
기은은 소상공인의 고정금리 대출에 1%포인트 금리 우대도 1조원 규모로 특별 지원하기로 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차주가 유리한 금리 구조를 선택하도록 변동-고정금리 간 전환을 6개월 주기로 횟수 제한 없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기은은 신용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곧 정상화할 가능성이 있는 소상공인 차주에게 최대 3%포인트까지 대출금리를 깎아주기로 했다. 기은과 신보는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자영업자를 위한 1천억원 규모의 비대면 대출도 내달 8일 공급한다.
■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위해 29조7천억 투입
정부는 창업, 사업 확장, 설비 투자 등을 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쟁력 강화’ 자금 29조7천억원을 공급한다. 기은은 신용도가 낮은 영세 소상공인의 창업, 설비투자 자금 몫으로 18조원을 투입한다. 창업한 날로부터 7년이 지나지 않은 업체에 최대 1%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주거나, 녹색·디지털 전환, 고용창출·유지 등 정책적으로 우대가 필요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소요 자금의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식이다. 비슷한 취지로 신보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각 특성에 맞춰 11조3천억원 규모의 운전·시설자금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은이 출연하고 신보와 기술보증기금이 보증하는 방식으로 매출액 대비 수입 비중이 40% 이상인 도·소매업체에 3천억원 규모의 원자재 구매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은과 신보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플랫폼 입점 사업자에게 플랫폼 내 데이터를 토대로 1천억원 규모의 보증을 연내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폐업한 뒤 다시 창업하거나 사업·업종 전환을 시도하는 이들의 ‘재기 지원’을 돕기 위해 신보의 보증과 기은의 대출 등 방식으로 1조원을 공급한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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