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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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2022년 5월 말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2021년 7월 이후 20% 이상 떨어졌다. 미국의 나스닥지수도 정점을 찍고 25%가량 하락했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로 불리던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친다는 얘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부동산시장도 정권교체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급등하리라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상승과 하락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다.
자본은 수익률을 좇아서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글로벌 주요국들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하면서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시중에 돈이 풀리자 충격에 휩싸였던 자산시장은 급반등했고, 투자자는 자산시장으로 대거 진입했다. 2012년 2천만 개를 돌파했던 주식거래 계좌 수는 2020년 3월 8년 만에 3천만 개를 넘어섰고, 팬데믹을 겪으며 불과 1년 만인 2021년 3월에 4천만 개로, 2022년 2월에는 11개월 만에 6천만 개로 늘어났다. 이른바 주식계좌를 국민 한 사람당 하나씩 보유한 셈이다.
가상자산 등록 계좌는 2020년 130만 개에서 2021년 1500만 개로 늘어났고, 2021년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개 거래소 기준)의 거래 규모는 9140조원으로 코스피(7650조원)와 코스닥(5883조원)을 추월했다. 외국의 주식시장, 특히 미국 증권시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개인들의 미국 주식시장 투자액은 2020년 3월만 해도 100억달러에 못 미쳤으나 2022년 4월에는 700억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초기 잠시 주춤했던 부동산시장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는 2018~2019년 연평균 55만 건 수준이었으나 2020년엔 93만 건, 2021년엔 67만 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전국 20~30대의 아파트 매매 비중은 28% 수준에서 2021년 31%로 늘어났다. 특히 서울과 경기권은 청년층의 ‘영끌’(최대한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주식 등에 투자함) 등으로 30% 수준에서 37%로 급증했다. 부동산 가격은 피뢰침을 연상하듯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대한민국 부동산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가계가 자산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뭐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되리라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코인 투자로 수백억원을 벌어들인 사람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주식시장에서도 지난 1~2년 새 100% 이상의 수익을 낸 투자자가 적잖았다. 부동산도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간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수익률을 비교하면서 지난 150년 동안 자본소득 수익률이 노동소득 수익률을 상회했다고 지적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해둔 자산의 가격 상승률이 인건비 상승률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임금으로 먹고사는 사람과 투자소득으로 먹고사는 사람 간의 격차가 계속 커졌고, 부의 양극화와 대물림이 심해졌다고 피케티는 강조했다. 자본투자가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니 누구라도 자산시장에 뛰어드는 건 당연하다. 돈에 발이 달려서 높은 수익률을 좇아간 것이다.
2022년 5월1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REUTERS
주목해야 할 지표
국민대차대조표 기준 2020년 우리나라 가계의 투자자산 비중은 부동산 65%, 금융자산 35%로 부동산 쏠림 현상이 있다. 미국은 부동산 30%, 금융자산 70%로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미국에선 1980년대 초반 60% 수준이던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등락을 거듭하며 10%포인트 정도 올랐다. 일본이나 영국도 금융자산 투자 비중이 각각 60%, 55%로 높다.
우리나라의 낮은 금융자산 비중은 금융시장이 충분히 커지지 않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또 40대 이상 연령층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주식시장 폭락을 경험하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어떤 후보는 우리나라 코스피지수가 5000포인트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정보의 투명성과 시장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은 수익률을 좇아서 흘러간다. 돈이 ‘돈 냄새’를 맡아서 흘러간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의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대략 가계가 30~40%, 기업이 60~70%를 차지했다. 반대로 미국은 가계대출 비중이 70% 전후였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로 기업이 대출을 통해 투자한 탓이며, 가계는 소비 중심의 미국과 달리 저축 성향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물론 미국은 자본시장이 발달해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 20년 동안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화하기도 했지만, 가계의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꾸준히 높아졌다. 2019년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기관 대출 비중이 기업대출 규모를 넘어섰고, 2021년 말 50% 초반까지 높아졌다. 향후 개인들의 차입으로 투자수요가 늘어나면서 60~7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소비자물가 급등 등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 기조로 전환했다. 신용 수축기 가계의 투자자산이 위축되기도 하겠지만, 보유자산 비중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처럼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투자상품이 생겨나면서 금융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다. 투명성과 신뢰성이 제고돼, 부동산 투자보다 높은 수익을 달성할 것이다. 가계의 투자자산은 고수익을 좇아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부동산보다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용 금융전문가 goldhead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