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는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 첫 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을 위한 세 가지 대책이 포함됐다. ①생애최초주택구입 가구의 담보인정비율(LTV) 60~70%에서 80%로 완화 ②청년층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장래 예상 소득 반영폭 확대 ③청년·신혼부부 대상 초장기 50년 주택담보대출(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 등을 3분기(7~9월)까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금융 패키지를 적용하면 39살 이하 청년층의 대출한도가 얼마나 늘어날지 <한겨레>가 금융기관에 의뢰해 분석했다.
연 소득이 2892만원(2020년 만 25∼29살 중위소득)인 29살 ㄱ씨가 서울과 경기도 일부 등 부동산 규제지역에 있는 시세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정책 모기지(주택금융공사 적격대출, 연 금리 4.4%)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ㄱ씨가 서민, 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해 현행 기준(6억원까지 엘티브이 60%, 6억원 초과분 엘티브이 50%·디에스아르 40%)에 따라 30년 만기 대출을 받으면 한도는 최대 1억9250만원이다. 반면 ㄱ씨가 정부의 새 대책에 따라 미래소득을 인정받을 경우 연소득이 3580만여원으로 오르면서 대출한도는 40년 만기로 하면 2억6940만원, 50년 만기는 2억8930만원으로 올라간다.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을 택할 때 월 상환액은 120만원(원금 약 48만원+이자 약 72만원) 수준이다.
ㄱ씨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 배우자와 맞벌이를 한다고 가정하면 만기를 40년으로 했을 때 대출한도 상한인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월 원리금 상환 부담은 206만원으로 40년 만기(222만원)보다 다소 줄어든다.
지난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월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부동산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29살 청년도 연 소득에 차이가 나면 대출한도가 달라진다. ㄱ씨의 연봉이 4000만원이라면 현재는 30년 만기 정책 모기지로 최대 2억662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바뀐 정책에 따라 엘티브이 80% 적용을 받고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면 한도가 3억7260만원, 50년 만기는 4억원까지 나온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이면 대출한도를 현재 3억3280만원(30년 만기)에서 4억6570만원(40년), 5억원(50년)으로 증액할 수 있다. 6000만원 연봉자는 지금은 3억9930만원까지 대출가능하지만 만기를 40년으로 바꾸면 적격대출 한도 최대치인 5억원을 받을 수 있다.
연 소득이 3480만원(30∼34살 중위소득)인 34살 ㄴ씨가 같은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한도는 현재 2억3160만원(30년 만기)에서 2억9300만원(40년), 3억1470만원(50년)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연봉이 3900만원(35∼39살 중위소득)인 39살 ㄷ씨의 대출한도는 현재 2억5960만원(30년 만기)에서 만기를 최대 50년으로 늘려도 3억1500만원으로 증가하는데 그친다. 35∼39살의 경우 20대 후반, 30대 초반 연령층과 달리 미래소득이 거의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기 20년 이상 대출 때 반영되는 미래소득 증가율이 25∼29살의 경우 47.7%, 30∼24살 23.9%인데, 35∼39살은 사실상 0%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미래소득 반영폭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 모기지 도입으로 20·30대 청년층의 대출한도는 대체로 늘어난다. 하지만 청년들이 이러한 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연 소득이 3900만원인 ㄷ씨가 주택금융공사의 5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로 3억원 정도를 조달하더라도 차액(약 6억원)을 혼자만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른바 ‘영끌’을 해서 집을 구하더라도 40∼50년 동안 매달 수백만 원의 원리금을 갚아 나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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