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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전문가도 소음과 신호 사이에서 춤춘다

등록 2022-03-13 16:17수정 2022-03-14 02:00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국 신용평가사들은 주택담보대출 증서를 모아 만든 상품에 최고의 신용 등급을 부여했다. 대출 하나하나는 부도가 날 수 있지만 그걸 모아 놓으면 쓰러질 확률이 0%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대출 상품 구조가 똑같기 때문에 부도가 나기 시작하면 모두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등한시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도 편리한 대로 해석했다. 역사 이래 미국의 부동산이 10% 이상 떨어진 적이 없다고 얘기하면서, 물가를 제외한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100년간 10%도 안 됐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전문가들이 부동산 가격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얘기하는 동안 금융위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왜 전문가들은 이렇게 어리석은 해석을 할까?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컴퓨터를 이용해 더 잘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는데도 말이다. 우선 희망을 예측인 양 믿기 때문이다. 전문가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들이어서 자기가 원하는 주가 방향으로 기운 채 예측을 한다. 전망에 엄청난 잡음이 낀 셈인데, 판단하는 사람이 정상이 아니다 보니 판단이 맞을 리 없는 것이다. 쓸데없는 정보에 집착하는 것도 예측을 그르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보라고 해서 다 같은 정보가 아니다.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인 신호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소음 같은 정보도 있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이 둘을 잘 가려내야 하는데, 소음에 집착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정보들이 보다 자극적이고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자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러시아 국가 부도에서 유가 3배 상승까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설이 난무하는 만큼 주가도 춤을 추고 있다. 이제는 국내외 시장 구분 없이 매일 1~2%의 등락이 흔한 일이 됐다. 시장도 할 말은 있다. 상황이 불안정하니 시장이 요동치는 게 당연하다고.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는 과거 사례를 살펴보는 게 좋은 투자법이다. 1991년 1월에 제1차 걸프전이 일어났다. 6개월 전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게 원인이었으니까 시작점은 1990년 8월로 보는 게 맞다. 시작은 정말 요란했다. 미국에서 40만명의 병력이 중동으로 이동했고, 유럽에서도 20만명이 참전했다. 세계적으로 연합군을 형성했는가 하면 참전하지 않는 나라에 비용을 갹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말은 뚜렷하지 않았다. 개전 한 달 만에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수하자 미국이 일방적으로 종전을 선언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전쟁이 마무리됐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한복판에 서 있기 때문에 전쟁이 세상을 바꿔놓을 것 같이 생각되지만 영향력만 따지면 걸프전에 한참 못 미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세계 경제의 변방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벤트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빠르게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우크라이나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지금은 분쟁보다 하반기 경제가 좋을지 나쁠지에 관심을 갖는 게 더 필요하다.

이종우 |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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