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이 21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에서 5부제 가입 방식으로 출시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은행과 모바일 앱. 연합뉴스
“청년희망적금 계속되는 오류에 열 받아서 은행 다녀왔어요!”
21일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정부 정책금융상품인 청년희망적금 가입 중에 겪은 오류 발생 상황을 공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단계, 단계마다 오류가 발생하다가 아예 취소됐다는 문구와 함께 튕겨버림. 그래서 다시 접속하니 8000명 대기 중.”
연 10%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끈 ‘청년희망적금’ 가입이 21일 오전 9시30분 시작된 직후부터 낭패를 본 청년이 적잖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속 오류가 발생한 탓이다. 애초 금융당국도 출시 첫주는 생년월일에 따라 가입할 수 있는 ‘5부제’를 도입하는 등 수요 폭주를 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나아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 탓에 정부가 준비한 가입 한도가 조기 소진되면서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년희망적금은 총급여가 3600만원(종합소득금액 2600만원) 이하인 청년(만 19살 이상~34살 이하)을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상품으로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 정부가 올해 배정한 예산은 456억원이다. 가입자 모두 최대 한도(월 50만원)를 매달 부을 경우 38만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 조기 마감 가능성, 왜?
예상 밖 인기에 발을 동동 구르는 건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수요가 한도를 넘어 상품 판매가 중단 될 경우 따라올 청년들의 반발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당국은 관련 예산을 확보할 때인 지난해 9월까지만해도 이런 열풍은 예상도 못했다고 한다.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와 올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예산을 짜던 7∼9월 당시 이 정책(청년희망적금)은 전혀 주목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하며 주식이나 코인 투자가 활발하던 시점인 터라 적금 상품에 이 정도로 높은 관심이 쏠릴지 몰랐다는 설명이다.
예측에 실패한 것은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펴낸 ‘2022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에서 금융위가 올해 청년희망적금 가입 목표를 38만명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가입 예상 계좌 수가 과다계상된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은데 예산을 너무 많이 책정한 거 아니냐는 평가를 국회가 내놓은 셈이다. 정부는 청년희망적금 가입 대상과 예상 수혜 규모를 가늠하면서 2013~2015년 운영됐던 재형저축을 판단의 준거로 삼았다. 재형저축 가입자 가운데 청년 비중을 고려해서 청년희망적금 필요 예산을 산출했다는 얘기다.
이런 예측이 빗나간 건 올해 들어 주식과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 10% 수익 보장 상품의 매력이 부쩍 커진 시장 상황이란 뜻이다. 급여와 연령 등 가입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대상자가 대거 몰려들 경우 가입 한도 조기 소진은 시간 문제다. 금융위 당국자는 “청년희망적금 가입이 가능한 전체 인구는 공개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지난 1월 기준 19~34살 청년 취업자는 600만명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가입대상이다.
■ 선착순 가입 못 하면 어쩌지?…금융 당국 부랴부랴 기재부에 SOS
청년희망적금에 대한 수요가 예상을 크게 웃돌자 금융 당국은 부랴부랴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가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불편을 겪지 않고 청년희망적금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조만간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예산이 부족할 때 쓰이는 예비비 활용 방안을 두 부처가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위의 한 간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5부제 기간 중에 들어온 가입 신청은 모두 받을 것”이라며 “조만간 후속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최소한 5부제 가입 기간 중에 들어온 신청까지는 부족할 수 있는 예산을 모두 메워주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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