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시장 환경은 몇 가지 점에서 지난해와 차이가 있을 것이다. 2020년이 코로나19 충격의 원년이었다면 작년은 코로나와의 전쟁을 한바탕 크게 벌인 해였고 올해는 드디어 세계가 바이러스의 늪에서 벗어나는 전환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각국이 지난 2년간 이 갑작스러운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앞다퉈 펼쳤던 정책에 대한 후유증이다. 모든 경제행위에는 그 편익과 더불어 반드시 비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전례 없는 각국의 통화정책은 집값이나 주가, 원자재가격 등 여러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는 시차를 두고 지금 생활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도 지금 총수요를 키워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렇듯 올해 지구촌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단지 공급망 차질에만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오미크론이 잡히면 공급 차질과 물류 대란 등 일시적인 인플레 요인들도 차츰 진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경제활동과 이동이 보다 활발해져 서비스 물가가 본격 오르고 고용회복으로 임금이 더 뛰고 이는 다시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전체 물가에 부담을 줄 것이다.
참고로 미국 소비자물가는 올해 3.5% 내외, 내년엔 2.4% 정도로 예상된다. 향후 물가가 점점 안정되는 건 맞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당장 긴축의 부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임을 뜻한다. 물가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과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코로나19 직전에 미국경제가 완전고용에 다가섰던 시기인 2018년에서 2019년 중 미 소비자물가 평균은 2.1%였는데 같은 기간 국채 10년물의 평균값은 2.5%였다. 즉 올해 하반기 물가가 정상화해도 채권금리가 좀 더 오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금리상승은 특히 세계 곳곳에 쌓인 부채 더미를 건드리고 일부 과열권에 있는 위험자산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해는 작년보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좀 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른바 통화긴축의 불확실성과 금리상승 부담이 큰 이런 시기에는 낮은 등급의 채권이나 빚이 많은 기업, 위험이 너무 높은 자산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다행인 점은 인플레와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경제가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물가와 금리상승, 그리고 경기확장이 공존하는 실적장세로 넘어가는 이 과도기적 진통만 잘 이겨낸다면 시장이 무조건 어두운 것 만도 아니다. 따라서 올해 물가와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업종이나 스타일, 즉 종목의 크기나 가치주∙성장주 구분보다는 오직 주가에 거품끼가 적고 실적이 좋아지는, 물가와 금리 불안을 이기는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유리해 보인다.
김한진 |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