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7월 발동한 ‘미국 경제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증시가 아주 약세장만 아니라면 주도주는 대체로 두 갈래로 형성될 것이다. 한쪽은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혜 업종이다. 오미크론이 물러가 경제활동이 원활해지면 여행, 항공, 유통,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공급 문제로 그간 생산 차질을 빚었던 자동차 등 제조업 부문도 기지개를 켤 것이다. 다만 종목별로는 향후 경제활동 정상화를 미리 반영한 경우도 많아 주가의 저평가 정도를 꼼꼼히 따져 대응해야 한다.
또 다른 주도주 그룹은 팬데믹 기간 내내 세계증시를 이끈 혁신 기업군이다. 내년에 전체 장세가 양호하다면 혁신기업들이 주도주 반열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잘 통제된다면 내년을 경기 확장기로 보는 데 큰 무리가 없고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소비재 영역에서 대표 실적 우량주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생활에 친숙한 유통, 패스트푸드, 식음료 체인, 사회관계망(SNS) 서비스, 플랫폼,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은 80억 인구를 대상으로 꼬박꼬박 과금하는 구독경제 모델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은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더 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몇몇 글로벌 혁신 선도 기업들이 전체 세계시장의 이윤을 독식하는 현상은 지난 100년간 이미 봐 왔던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이들 기술주 주가가 지금 싸지는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년에도 이들 주가가 더 오르려면 보다 매력적인 이익과 미래의 성장성이 관심을 끌어야 한다. 참고로 혁신기업의 표상인 미국 나스닥시장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올해 말 115% 정도인데 이는 최근 2년간 51%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또한 이는 그 요란했던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직전과 비교할 때 거의 두배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또한 나스닥의 총통화(M2)대비 시총 비율은 지금 닷컴 버블 때와 비슷한 130%로 추정되고 있다. 즉 미 기술주 시장과 전체 통화량을 양쪽 저울에 달았을 때 지금 그 좌우 무게 정도가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은 사실 섬뜩하기까지 하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빅테크 주가가 무조건 거품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앞으로 이들 기업이 벌어들일 이익이 계속 놀라움의 연속이라면 나스닥과 세계 각국의 빅테크 기업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내년에도 돈 잘 버는 기업은 리오프닝 수혜 업종에도 더러 있겠지만 빅테크 기업을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들 성장주 전체의 주가가 너무 무거워져 있다는 점이다. 즉 새해 증시는 나무(기업)만 보면 그럭저럭 괜찮지만 숲(전체 증시)을 보면 다소 불안하다. 나무만 보자면 수익모델이 탄탄하고 성장 매력을 뽐내면서 코앞의 실적도 양호한 혁신기업 중심으로 주가가 선별해서 오르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하지만 숲을 보면 글로벌 성장주의 주가 피로도가 매우 높아져 있어 연중 적지 않은 변동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새해는 세계증시의 굴곡도 심하고 종목 선정 면에서 작년과 올해보다는 훨씬 까다로운 한 해가 될 듯 싶다.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