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3.2% 올라 거의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얼마나 더 오르고, 주식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올해 2분기부터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주요 기관이 전망하는 것처럼 내년 우리 경제가 3% 정도 성장한다면 그 폭이 확대되면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차를 두고 물가를 올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2개월 후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여기다가 일부 원자재와 중간재의 병목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금리상승 속도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올해 들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금리로 보면 실질금리가 -2.43%였고, 장기금리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로 보아도 실질금리는 –0.78%였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자산을 찾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주식이다. 2000년 1월에서 2021년 10월까지 우리나라 월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였다. 같은 기간 주식 수익률(코스피 기준)은 9.1%로 물가상승률보다 6.8%포인트 높았다. 배당수익률 1~2%를 고려하면 주식 수익률은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장기적으로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고도 남는 투자 수단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주식 투자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주가와 경기(물가)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순환한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주가가 물가에 1년 정도 선행했다. 그사이에 경기가 끼어있다. 주가가 현재의 경기 상태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에 4~5개월 앞서갔다. 주가가 오르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으로 이어진다. 이 시기에 소비를 포함한 총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상승한다. 물가가 오르면 시장금리가 곧바로 상승하고 정책당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와 경기(기업수익)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금리가 오르면 주가 상승세는 둔화하거나 떨어지기도 한다. 물가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줄여 소비 위축을 초래한다. 금리상승 역시 소비나 투자 감소 요인이다. 금리상승에 이어 경기마저 둔화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현재 주가, 물가, 경기 순환이 어떤 국면에 있는가? 경기 확장의 후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에 선행하는 주가는 하락하고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 확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경기를 예고해주는 통계청의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지난 6월에 정점을 기록하고 9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경기가 수축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주식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그러나 경기 순환을 고려하면 지금은 주식을 적극적으로 투자할 시기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