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부동산 가격이 기로에 섰다. 만약 집값이 떨어진다면 어느 정도 하락할까?

집은 가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소폭에 그칠 거란 전망이 많다. 집값이 오랜 기간 상승하면서 중간 상황이 생략되고 마지막 숫자만 기억에 남아 있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이런 인식과 달리 지난 30년 사이 집값은 한번 하락을 시작하면 실거래가 기준으로 30% 넘게 떨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번에도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집값 하락이 클 걸로 예상되는 건 상승이 거래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서울시에서 14만채의 아파트가 거래됐다. 평균 매매 가격으로 계산하면 거래대금이 125조원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의 하루 거래대금이 24조원이니까, 서울에서 2년간 사고 판 아파트의 거래대금 합계가 주식시장의 5일간 거래대금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이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6억5천만원에서 12억1천만원으로 86% 상승했다. 많지 않은 거래로 가격이 올랐다는 건 작은 거래로도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과거 부동산 가격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1991년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진 적이 있다. 3저 호황이 끝나고 높은 집값이 부담이 돼서인데, 1년4개월사이에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지수가 18.8%, 실거래 가격은 40% 넘게 떨어졌다. 2010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강남, 분당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급등이 끝난 후 40개월간 아파트 가격지수가 9.2%, 실거래가가 30% 넘게 떨어졌다.

부동산 가격이 고점에 도달하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현상이 있다. 매수와 매도의 차이가 커지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이 너무 높아 집을 사려는 사람은 뒤로 물러난 반면, 집을 팔려는 사람은 오랜 상승에 젖어 값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래가 급감하는 건데 이 상황이 최소 6개월, 길면 1년반 가까이 계속된다. 그 후에 방향이 정해지는데 하락으로 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이유가 하나뿐이지만 팔려는 사람은 백 개도 넘은 이유를 가지고 있어 가격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9월에 서울에서 2700채의 아파트가 거래됐다. 이전 거래의 절반 수준이다. 10월에는 그 숫자가 9월의 반으로 또 줄었다.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게 공급부족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은데 집을 짓지 않았으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얘기지만 한 단면만 본 것이다. 어떤 자산이든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부족해진다. 수요가 늘기 때문인데,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이번에는 공급 대란이 일어난다. 먼저 팔아야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급보다 중요한 게 가격이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