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속에서도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조2천억원가량 불었다. 늘어난 주택거래와 잇단 공모주 청약 일정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모두 상당 폭 증가했다. 사진은 3일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올해 들어 신용대출 이자가 빠르게 오른 주요 원인은 시장금리 상승이 아니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크게 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은행연합회의 공시를 보면, 케이비(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신용 1~2등급 기준)는 지난 1월 2.42%에서 6월 2.82%로 0.4%포인트 올랐다. 금리 구성을 보면, 기준금리는 같은 기간 0.80%에서 0.85%로 0.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가산금리가 2.61%에서 2.91%로 0.3%포인트나 상승했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로 구성된다. 기준금리는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 같은 시장금리를 토대로 은행이 산출한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각종 비용과 수익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정하는 금리다. 여기에 부수거래에 따라 금리를 감면하거나 본부·영업점에서 조정해(가감조정금리) 최종 대출금리가를 결정한다.
신한은행은 기준금리가 지난 1월 0.85%에서 6월 0.76%로 오히려 0.09%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산금리를 2.44%에서 2.55%로 0.11%포인트 올렸다. 부수거래 감면 등으로 최종 대출금리는 2.52%에서 2.63%로 0.11%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해 대출이자를 올렸다. 1월에서 6월까지 기준금리는 0.04%포인트 올랐고 가산금리는 0.11%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금리감면을 0.22%포인트 줄여, 결과적으로 대출금리는 2.7%에서 2.85%로 0.15%포인트 올랐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기준금리는 같은 기간 0.03%포인트 올랐지만 가산금리를 0.41%포인트 올려, 대출금리가 0.44%포인트(2.77→3.21%) 올랐다.
올해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 관리를 요구하자, 은행들은 금리를 올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5대 시중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농협)의 7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1억원으로 6월말보다 6조2009억원 늘었다. 특히 개인 신용대출 잔액(140조8931억원)이 1조8637억원 늘어, 6월 증가액(5382억원)의 3배를 웃돌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만 내어주는 식으로 어느 정도 관리를 하고 있지만, 신용대출은 자금 용도를 확인할 수도 없어 금리를 올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출 제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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