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장단기 금리 차가 빠르게 줄면서, 그동안의 확장을 뒤로하고 경기 둔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10년 만기와 2년 만기 국채금리 간의 차이는 1%포인트 조금 넘는 수준으로 지난 3월 고점인 1.6%포인트보다 많이 내려와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조금 힘이 빠진 모습이다. 3300포인트를 넘어 새 기록을 썼던 코스피도 단기간에 100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지난 30년간 미국 경제에서 장단기 금리 차는 실제로 경기 둔화를 예측하는 좋은 지표였다. 1980년대 후반과 2000년, 그리고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0년대 중반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장단기 금리 차는 이후 나타난 큰 폭의 경기 둔화로 이어진 바 있다. 또한 마이너스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장단기 금리 차의 축소는 이후 짧은 경기 둔화 사이클의 신호가 됐다. 여기에 최근 들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경기 회복 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투자자들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실 논리적으로 볼 때 금리 움직임과 경기 사이클의 관계는 비교적 뚜렷한 반면, 장단기 금리 차와 경기 사이클 간의 관계는 그보다 덜 뚜렷하다. 기본적으로 금리는 해당 기간의 평균적인 성장에 대한 예상과 물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경기 확장기에는 오르고 수축기에는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경우 보통 단기와 장기금리가 같이 오르거나 내리기 때문에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반드시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거시 경제를 조절하려는 통화 당국이 개입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통화 당국은 경기가 너무 좋아져 과열되고 이에 따라 물가가 오르거나 자산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정책금리를 먼저 올리고, 반대로 경기가 둔화해 실업이 늘어나고 자산가격이 떨어질 위험이 생기면 정책금리를 먼저 내린다. 즉, 경기 사이클보다 선행적으로 채권시장 흐름을 주도하며 장기금리보다 먼저 단기금리가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정책금리 인상 또는 인하가 갖는 경기 조절 의지는 장기금리에도 반영돼 장단기금리 차이를 변화시킨다. 이에 따라 경기의 추가 확장을 막으려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보다 덜 오르거나 떨어져 장단기 금리 차가 줄고, 수축을 막으려 인하를 하면 반대로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된다. 결국 최근의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정책금리 인상을 앞두고 먼저 장기금리가 떨어져 나타난 현상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 일부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것처럼 미국 경기는 정말로 가까운 시일 내에 수축 국면에 들어갈까?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재난지원금이나 실업급여 등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 보전 정책에 따라 증가했던 소비 활동이 조금 수그러들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경기는 여전히 확장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저축률이 높아 소비 여력이 풍부하고, 집단 면역에 따른 오프라인 활동 재개가 미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의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 차 축소 자체도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그 전과 달리 양적 완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사용되고, 시장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하면서 정책금리를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양적 완화의 규모를 조절하거나 시장에 정책 변경의 시점을 암시하는 방법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경기 확장기의 장단기 금리 차를 예전보다 낮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채권 매수가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연준의 끊임없는 소통이 장기채 투자의 위험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꾸준히 올라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나 상반기처럼 기저 효과에 의한 빠른 경기 회복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미칠 영향도 아직 불투명하다. 각국의 경제 활동 제한은 일시적인 경제지표의 둔화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장단기 금리 차 축소를 바로 장기적 경기 수축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아직 일러 보인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