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주식 강세장은 투자자들의 처음 예상보다 훨씬 과열된 수준에 이르러서야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요즘은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이 예전보다 대담해진 만큼 주가도 더 과열되기 쉬운 환경이다. 강세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잘 알려면 경기사이클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경기 확장기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주식과 원자재 가격이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인다. 지금 세계 경제는 확장 초반은 지났고 중반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자산시장의 과열 정도나 정책 강도 등을 통해 경기순환의 위치를 찾는 게 훨씬 쉬운 희한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금리를 내리고 이제 막 재정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다면 경기회복 초입이 분명하고, 통화당국이 돈줄을 죄고 재정확대의 당위성을 잃고 증세카드를 만지작거린다면 아마도 경기가 꽤 무르익은 시점일 것이다. 특히 자산시장의 과열은 경기의 성숙 정도를 알리는 중요한 신호다. 실물경기가 거꾸로 자산시장에 휘둘리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볼 때 지금은 경기확장 초반이라기보다는 적어도 중반인 것 같다.
투자자들은 보통 경기확장의 하프라인을 넘을 때 종목 고르기에 어려움을 더 호소한다. 사실 경기회복 초입에는 경기와 연관성이 높은 에너지나 소재, 산업재 주가가 질서 있게 강세를 보이지만 회복의 중반부에 이르면 주가가 경기를 상당 부분 앞서 반영한 상태라서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주가 차별화와 양극화가 커지게 된다. 또한 경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다수의 종목군에서 주가가 가치대비 비싸져 증시에서 실적 재료가 더욱 중시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 또한 함께 무뎌지므로 시장 한편에서는 묻지마 투기적 성향이 커진다. 최근 다소 이율배반적인 혼돈의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는 확장 중반이지만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인 상황에서는 좀 더 그런 모습이 지속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경기확장이 보다 진전될수록 원가상승을 제품가격에 전가하고 소비회복에 수혜를 입는 기업의 실적이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소비재, 유통, 자동차 같은 재량소비재 업종 및 금융업종에서 그런 기업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니 소비 구매력이 더 커지고 기업은 고마진, 고가 상품을 더 많이 출시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보통신산업, 즉 기술주도 경기 확장기에 주가가 센 편인데 이는 기술 섹터가 이제는 소비재 성격이 강한 데다 글로벌 경기 자체를 하이테크 혁신기업들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기확장 중반까지 강했던 단순 우량대형주나 산업재, 에너지, 철강 화학 등 소재업종 주가는 경기확장과 함께 예전보다는 살짝 약해지는 성향이 있다. 주가가 경기를 앞서 반영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큰 틀에서 업종 전체 주가 흐름이 그렇다는 것이지 해당 업종의 모든 종목의 주가가 기계적으로 그렇게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