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과천의왕사업본부. <한겨레> 자료.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일부 직원들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D)’ 등급을 받았다. 투기 의혹 등으로 윤리경영은 물론 리더십과 조직·인사 등에서 나쁜 평가를 받아서다. 아울러 평가가 나쁜 우체국물류지원단 등 4개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와 후속조치안’을 심의·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평가 결과 엘에이치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전력거래소 등 18곳이 미흡 등급을 받았다. 또 한국마사회와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보육진흥원 등 3곳은 ‘아주 미흡(E)’ 등급을 받았다.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D·E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 자료: 기획재정부.
특히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개혁 방안이 논의 중인 엘에이치는 지난해 ‘우수(A)’ 등급에서 3단계 떨어졌다. 2014년 이뤄진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평가다. 윤리경영에서 아주 미흡을, 리더십과 조직·인사, 재난·안전 등의 지표에서는 미흡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경영관리 범주에서 ‘보통(C)’ 등급을 받아 일부 성과급을 받게 됐다. 지난해 임원은 평균 8천만원, 직원은 평균 1천만원을 받았는데, 올해는 임원은 1천만원, 직원은 13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운위는 기관장과 임원은 관리책무 소홀과 비위행위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성과급 전액을 미지급하고, 직원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급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공운위는 또 2년 연속 미흡 등급을 받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과 아주 미흡 평가를 받은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보육진흥원 등 총 4곳의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를 의결했다. 2014년도 평가 이후 기관장 해임 건의 의결은 6년 만이다. 한국마사회와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전력거래소 등은 기관장 임기 만료로 제외됐다. 한국가스공사, 국립생태원 등 미흡 등급 이하 기관장 6명에게는 경고 조처했다.
올해 공공기관 평가 결과는 전년보다 더 선명해졌다. 지난해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응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비롯해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도로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23곳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년보다 더 많은 기업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 창업진흥원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조폐공사, 근로복지공단, 예금보험공사, 독립기념관,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52곳이 ‘양호(B)’ 등급을 받았다. ‘보통(C)’ 등급은 강원랜드, 한국철도공사, 국민연금공단 등 35곳으로 전년보다 5곳이 줄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엘에이치 사태와 같이 부동산 투기, 갑질, 전관예우 등 공공기관의 윤리 저해 사례와 잘못된 관행 등 불법, 불공정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평가했다”며 “평가 결과가 우수 공공기관에는 ‘촉진제’, 미흡한 공공기관에는 ‘쓰지만 좋은 약’이 돼 앞으로 공공기관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미흡·아주 미흡 평가를 받은 21개 기관에 대해 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경상 경비(0.5∼1%포인트)를 삭감할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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