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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바이든,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할 수 있을까

등록 2021-05-13 08:59수정 2022-02-10 18:34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이용인의 글로벌 안테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1년 3월26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인프라 계획을 영국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존슨 영국 총리가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하고 있다.   존슨 총리 트윗 갈무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1년 3월26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인프라 계획을 영국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존슨 영국 총리가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하고 있다. 존슨 총리 트윗 갈무리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늘 미국의 신경 줄을 건드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장강의 뒷 물결처럼 앞 물결을 밀어내는 일대일로에 묵인, 분노, 비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중국의 굴기를 상징처럼 보여주는 일대일로의 도도한 파죽지세를 꺾지는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일대일로 대응에 고민이 깊은 듯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3월26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인프라 계획을 제안했다. 그는 통화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우리가 전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지역을 지원하는 근본적으로 (일대일로와) 유사한 이니셔티브를 민주주의 국가들로부터 끌어내야 한다고 (보리스 총리에)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돈을 모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날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중국 강경 발언의 연장선 속에서 일대일로 대응 구상도 내비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얼마나 예민하게 의식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몸집 불리는 ‘일대일로’

‘신 실크로드’ 전략구상으로 불리는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13년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내륙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제안하면서 서막이 올랐다. 초기에는 중국 해안의 현대화된 도시들과 저개발된 내륙·남동부의 도시들, 남아시아·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정도의 인프라 투자·개발 프로젝트였다. 이제 일대일로 구상은 동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100여 개국을 아우르는 ‘초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2020년 중순 현재 일대일로와 연계해 추진하는 철도∙항만∙고속도로 등 인프라 프로젝트만 2600개가 넘고, 금액은 3조7천억달러(약 4천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대일로의 범위도 철도·도로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통신망∙인공지능 역량∙클라우드 컴퓨팅∙전자상거래∙휴대전화 지불 시스템∙감시 기술 등 최첨단 기술 영역의 ‘디지털 실크로드’가 포함됐다.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 중국의 비전을 구현하는 ‘보건 실크로드’, 재생에너지 수출을 위한 ‘그린 실크로드’도 아우른다. 이제 ‘실크로드’는 중국의 전매특허가 됐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바라보는 미국 전략가들의 착잡한 심정은 미국외교협회(CFR)가 2021년 3월 개정판으로 내놓은 ‘중국의 일대일로: 미국에 주는 함의’라는 보고서에 잘 드러나 있다. 보고서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외교정책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인프라 프로그램인 일대일로는 미국의 경제∙정치∙기후변화∙안보∙글로벌 보건 이익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한다”고 규정했다. 중국이 전세계로 세력을 확장하고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명확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일대일로에 대해 2017년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대안을 모색했다.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빚더미에 앉히는 것이 아니라 더 투명하고 높은 기준의 차관 메커니즘을 확대할 것”이라며, ‘미국식 일대일로’ 구상을 내비쳤다. 그해 11월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와 일본국제협력은행이 과감하고 새로운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일의 공유된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대규모 개발”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미·일 공동성명에도 반영됐다. 하지만 중국의 대규모 국제 인프라 투자계획에 맞서기 위한 미국과 일본의 대안 구상은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주로 에너지 분야 투자에 대한 얘기만 오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미국을 향한 불신과 경계감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탈퇴한 마당이라 세를 규합하기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관세 전쟁이라는 정면 승부로 방향을 틀면서 일대일로에 대한 맞춤형 대응의 필요성도 줄었을 법하다.

결국 대안 구상은 흐지부지됐고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내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약탈적 정책”, “채무 덫 외교”(Debt Trap Diplomacy)라고 비판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미국 방송 <CNBC>는 “2017~2019년에 12개의 라틴국가와 10개의 카리브해 국가가 일대일로에 합류했고, 동유럽과 남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도 일대일로에 가입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일대일로 대응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비난만 하다 끝난 트럼프, 바이든은?

바통을 넘겨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대응 필요성과 구상을 일단 내비쳤지만,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의 자금력에 맞설 수 있는 규모로 ‘민주주의 국가들끼리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막대한 경제 피해를 보면서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내부 역량을 외부로 동원하기는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지만 지친 미국인들은 여전히 “미국 우선주의”를 선호한다. 일대일로는 직간접적으로 국가 재정이 동원돼야 하므로 미국인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분명하지만 혜택은 ‘패권유지’, ‘민주주의’라는 추상적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TPP(이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전환)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복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점도 국내 유권자들의 선호와 국제적 패권유지 사이에서 정치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또한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내세운 투자 유인은 일부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에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 중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차관 조건과 금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어, 경제 유인책으로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특히 미국의 ‘백신 이기주의’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신뢰도마저 균열을 보이고 있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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