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나자 세종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경제부처 수장들이 개각 대상으로 예고된 가운데 여당의 참패로 내년 대선 전망마저 불투명해졌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공직자들의 눈치보기가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12일 “1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승승장구했는데 이번엔 정반대 결과가 나와 ‘민심이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며 “10년씩 진보정부와 보수정부가 번갈아 해 이번 정권도 무난히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결과를 알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여당의 선거 패배에 이어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 장관의 교체도 임박한 상황이어서 인사에 민감한 공직자들의 동요는 커지는 분위기다. 기재부의 경우 홍남기 부총리의 교체설이 나오는 가운데 차관보, 세제실장 등이 공석인 상황이다. 국토부는 변창흠 장관이 이미 사의를 밝혀 교체가 확실한 상황이고, 산업부도 성윤모 장관이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경제부처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선보다는 당장 우리 부처의 수장이 누가될지가 더 큰 관심 사안”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직자들의 승진에 업무능력뿐 아니라,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를 이유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경험이나 학연, 지연 등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성윤모 장관, 김대지 국세청장이 모두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다. 후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 참여정부 임기말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고위 공직자들이 이번 재보선 결과와 내년 대선 전망 등에 촉각을 세우며, 자신들의 처신을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제부처의 또다른 공무원은 “민주당의 참패로 다음 대선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관료사회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고민에 빠진 거처럼 보인다”며 “승진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던 사람은 자중하면서도 반전을 기대하고, 반대 쪽에서는 현 정부에 기대를 걸면서도 거리 유지를 해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이호승 정책실장을 비롯해 안일환 경제수석, 이형일 경제비서관 등 경제정책라인을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웠다. 청와대는 인사 배경으로 “당면 현안과 경제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새로운 도약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관료 중용으로 임기 말 개혁 대신 안정성을 선택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정책실장 산하 경제정책라인 인사에 이어 개각으로 남은 임기 말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 잡으려 하겠지만, 무너지는 정권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관가의 눈치보기와 동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