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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곤의 웰페어노믹스] 녹색복지국가를 향하여 ①기후위기
[이창곤의 웰페어노믹스] 녹색복지국가를 향하여 ①기후위기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서 죽음의 행렬이 1년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020년 1월1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그로부터 해가 바뀐 2021년 3월22일 현재,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억2383만 명에 이른다. 누적 사망자는 272만여 명이다. 전대미문의 재난이 불러온 경제적 충격파에 휩쓸려 일터를 잃고 삶의 벼랑으로 내몰린 피해자 또한 부지기수다.
인류사에 이토록 짧은 시간에 전 지구 거의 모든 곳으로 퍼진 재앙이 있었던가?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하지만 묻고 또 거듭 되물어야 할 질문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다. 더불어 ‘이 역사적인 팬데믹에 인류는 어떤 깨달음을 얻고 있는가, 아니 얻어야 하는가’다.
<탄소사회의 종말>의 저자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을 “기후변화와 깊이 연결된 현상”으로 본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인은 단순하게는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온 것이나, 이보다 “좀더 근본 원인이 있다”면서 그 범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그에 따르면 산림 벌채, 광산 개발, 댐 건설, 도로 개통, 신도시 건립, 축사 조성 등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됐고 이런 파괴가 생물다양성을 줄여 코로나19 같은 병원체가 퍼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아도, 분명한 것은 인간의 무차별적인 자연파괴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불러왔다는 것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한마디로 지금 재난은 인간이 초래한 인재라는 것이다.
최병두 대구대 명예교수는 “실상 오늘날 인간은 일상생활을 하는 도시나 지역을 훨씬 넘어서 육지 지표의 대부분, 나아가 심해에서 대기권, 심지어 우주 공간에 이르기까지 지구환경과 생태계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갈파한다. 최 교수는 나아가 인간은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지구에 “지질학적 규모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는데, 그 흔적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아 새로운 지질 시대가 도래하게끔 했다고 말한다. 이름하여 ‘인류세’다. 인류세는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에 제안한 용어다. 현재의 지질연대인 홀로세를 인류세로 대체하자며 꺼낸 개념이다. 인류가 자연환경을 훼손함으로써 지구시스템의 대혼란과 더불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반격을 유발한다는 담론이다.
이 담론 주창자들은 대체로 산업혁명을 인류세 시작점으로 본다. 1950년대 이후를 ‘(인류세의) 대가속화 시기’라고 한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뜻에서다.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경제체제가 지구자원의 소비량을 지속해서 높였고, 이에 따라 발생한 폐기물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구환경이 부담할 수 있는 ‘행성적 한계’를 벗어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한마디로 오늘이 재난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지구적 생태위기 상황이란 인식이다.
인류세의 구체적이고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기후변화다. 이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체제인 탄소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결과이자 위협이다. 인류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회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기후변화를 두고서 “천의 얼굴을 한 현상”이라고 지칭한다. 기후변화가 팬데믹, 온갖 질병, 정신질환, 범죄, 전쟁, 아동발달, 농어업, 경제 등 인간사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뜨거워지는 지구와 대형 산불, 잦고 강력한 태풍 등 이상기후는 기후위기의 가장 뚜렷한 증거다.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지구 고온화의 주범은 화석연료에 따른 온실가스다. 2020년 한 해 팬데믹으로 인간활동이 줄어 온실가스가 약간 감소했지만, 기후학자들은 이미 지구환경이 비상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기온이 1도 올라간다는 건 극한 기상이변 빈도가 급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1.5도 오르면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2도 이상 상승은 ‘찜질방 지구’를 떠올리면 되는데 사망률이 전세계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환경부가 2020년 7월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이런 지구적 현상을 한반도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다. 보고서를 보면, 1880~2012년 지구의 평균 지표 온도는 0.8도 올랐지만, 1912~2017년 한국에선 약 1.8도 올랐다. 기온 상승 속도가 지구 전체보다 2배 이상 가파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대로라면 21세기 말에는 한반도의 연중 폭염 일수가 현재 10.1일에서 3.5배 늘어난 35.5일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는 “자연적 변화”이면서도 현실에선 조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의 총집결 장소와 같은 현상”이다. 따라서 인류가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를 종식한다고 해도, 기후변화가 지속하는 한 제2, 제3의 코로나 역습은 언제든, 그것도 더 세고 더 빈번히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경고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인류 전체의 절대적 생존 문제와 직결됐다. 따라서 그 피해는 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처럼 보건에서 이상기후까지 환경, 경제, 정치 등 전면에서 생겨난다. 이 재난의 희생자 또한 여타 재난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취약계층에 집중해서 발생한다. 하지만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이는 없다. 이른바 ‘파국적 수렴’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오늘의 위기를 “인류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라고 했다. 이 어두운 순간은 언제 끝날까? 나아가 파국적 수렴의 근본 원인인 기후위기에 인류는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무엇보다 불평등과 저출산·고령화 등 숱한 대형 위협 속에 놓인 ‘작은 복지국가’인 대한민국은 어떻게 이를 극복해야 할까? (계속)
goni@hani.co.kr
2021년 2월 인도네시아 자바 지역이 홍수로 잠겼다. REUTERS
‘인류세’ 시대의 팬데믹
파국적 수렴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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