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 신항.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국회 상임위에 보고했다는 16쪽짜리 ‘가덕도 신공항 보고서’가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뒤흔들고 있다. 대규모 국책 건설사업이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를 대거 생략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발의된 상태에서, 최소한의 행정절차인 ‘사전타당성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보고했다는 게 국토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이 가덕도의 입지적 한계 탓에 부산시가 원하는 ‘2030년 개항’은 어렵다는 전문적 판단을 담고 있어,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의 신공항 속도전을 놓고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달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했다는 국토부의 ‘가덕도 신공항 보고서’(보고서)는 ‘타당성 검토’라는 파트에서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접근성, 항공수요 등 총 7개 항목에 대해 가덕도 신공항의 문제점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가덕도 신공항을 ‘부산시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타당성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토부는 24일 해명자료를 내어 “당초 발의된 특별법안 내용 중 (면제돼 있는) 사전타당성조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국토위 심의 과정에서 사전타당성조사 시행이 반영되는 등 이와 관련된 관계기관의 이견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실제 기존에 여야에 의해 발의된 가덕도 특별법은 대규모 국책 건설사업이라면 거쳐야 하는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실시설계를 모두 면제하는 ‘3무 법안’이었지만, 지난 17일 열린 국토위 교통법안소위에서 3가지 면제 조항을 삭제하는 쪽으로 여야가 합의를 이뤘다. 교통법안소위 속기록을 보면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공항을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어느 방향으로 길이는 얼마나 만들지를 아무도 모른다”며 “이를 결정할 사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는 것은 뭘 만들지를 모른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손명수 국토부 2차관은 “법으로 사전타당성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더라도, 이를 하지 않고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통소위에서 3개 조항 삭제에 대한 여야 합의 사실이 전해지자 여당 지도부와 부산 쪽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고, 결국 19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항만 살아남은 채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됐다.
통상 공항 건설은 건설기술진흥법이 정한 사전타당성조사(기본구상),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절차를 밟는다. 기존 가덕도 특별법대로라면 사전타당성조사가 면제되기 때문에 부산시 원안으로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사전타당성조사를 거치게 되면서 부산시 원안대로 공항이 건설될지는 불투명해졌다.
국토부 보고서는 국제선만 가덕도 신공항에 건설하고, 국내선과 군공항은 김해공항에 존치하는 부산시 원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고 있다. “국제선만 가덕 이전 시 근거리 복수 공항 운영에 따른 공역 혼잡, 비행절차 전면 재검토, 관제 업무 복잡 등으로 사고 위험이 크다”는 공군의 입장을 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상 매립에 필요한 1억6300만㎥의 대규모 토량을 국수봉, 남산 등 인근 산에서 전량 확보할 계획인 부산시 원안의 경우 생태자연도 1등급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가덕도 일부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유형문화재, 기념물 등으로 지정되어 공사 제약이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시 원안이 수정된다고 해도 문제다. 국토부는 보고서에서 국제선과 국내선 활주로 2본(개)을 건설하고, 여기에 기존 김해공항에 있는 군시설을 이전할 경우 부산시 원안 예산 7조원의 4배에 달하는 최대 28조6천억원이 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에는 사실상 ‘가덕도 불가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가덕도의 입지적 한계와 2030년 개항이 비현실적이라는 대목도 포함돼 있다. 국토부는 가덕도는 깊이 106m까지 매립이 필요하며, 매립면적은 인천공항의 12% 수준이지만 매립토량은 1.4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가덕도 해상매립공사 기간은 6년으로, 인천공항 매립공사 기간 4년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부산 엑스포가 개최될 2030년에 개항하는 것이 불투명하게 된다.
실제 국토부는 보고서의 ‘가덕신공항 특별법 관계부처 의견’ 대목에서 “추진 시기도 설계 및 시공계획 검토 후 확정(할) 필요”가 있다며 “2030년으로 사전 확정(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육지로 둘러싸여 수심이 깊지 않은 내해에 건설되는 공항과 달리 외해에 노출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활주로가 해상+육상+해상 2번 이상 외해에 노출되어 부등침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까지 표현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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