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주식 공매도 거래의 전산 처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시 금지되기 이전 공매도 거래 때 국내 증권사들은 전화나 메신저를 활용했고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내용도 손(수기)으로 입력하는 관행을 따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은 공매도 주문을 받는 증권사들에 대해 전산시스템을 의무화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번 주 중 발의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개정안은 증권사 등이 공매도 주문을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공매도 주문을 받아 집행할 경우 반드시 이 전자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기법이다. 미리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박 의원은 공매도할 주식을 전화나 메신저로 빌리는 관행이 제도 불투명성과 불신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시스템 없이 운용되는 거래 방식 때문에 차입 공매도는 순기능보다 불공정 거래 이용 가능성, 외국인·기관과 개인 간 불평등 같은 역기능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공매도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가 공매도 업무를 처리할 땐 전산시스템을 반드시 이용하도록 하고 공시 요건을 강화해 시장 불신을 해소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 안은 공매도 재개 이전에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매도 금지 연장론’과 맥을 같이 한다. 애초 금융위원회 조처대로라면 공매도 금지 기간은 오는 3월 15일 만료된다. 정부·여당은 금지 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장론을 제기하는 쪽에선 불법 공매도를 미리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춘 뒤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매도 거래 전산화 방안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난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증권사들에 비용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자본시장법에서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이유도 든다. 개정법에선 불법 공매도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하고 과징금을 늘리는 것과 함께, 공매도를 위한 대차 계약을 메신저나 전화로 맺더라도 녹취나 메신저 화면 캡처 등 전자적 방식으로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 안대로 전산시스템을 의무화하더라도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걸러낼 수는 없다. 사후 관리를 위한 근거를 남기는 성격일 뿐 사전 여과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시간 파악 시스템 구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많다. 금융위는 지난 2018년 5월 주식 잔고·매매 수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적발하는 시스템 구축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 공매도 사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한 뒤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상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공매도 사전 적발 시스템 구축의 난점은 지난 26일 한국거래소 주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주식 잔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선 해당 투자자의 모든 거래 정보가 전체 증권사에 공유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증권사와 예탁결제원 같은 유관 기관 간 연결에 따른 비용이 막대한 데다 고객 정보 유출 우려도 있어 어렵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미국에서도 4년 이상 검토하다가 편익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안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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