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 세계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 확진자 수가 40만명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유럽이 제일 심각한 상황인데, 새로운 확산의 40% 이상이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일주일에 50만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고, 조만간 누적 확진자 수가 1천만명을 넘어설 전망인데, 이 정도면 전 세계는 이미 코로나19 2차 팬데믹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경제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으며 주식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가 낮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언젠가는 결국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지만, 지난 3월 충격에서 가까스로 회복 중인 경제가 다시 침체로 빠질 경우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 탓이다. 현재 주요국 증시는 고점 대비 5~10% 정도 내려왔는데, 과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20% 이상 하락하곤 했다.
투자자들에게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실패, 인종 갈등 문제 등으로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편으로는 대규모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이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반대로 2016년처럼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은 높아지겠지만, 소득 보전 등의 재정정책이 공화당의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조금씩 줄면서, 바이든 후보가 선거에 이겨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혼란의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듯 혼란스러운 시기에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금 비중을 높여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낮은 금리라도 원금 손실보다는 낫고, 더 낮은 가격에 증시에 참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빚을 내 감행한 투자는 조금 손실을 보았더라도 더 빠르게 줄여야 한다.
또한 시장이 불안해지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주가가 더 많이 떨어지는 경험을 감안해, 여러 개의 작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크고 안정적인 기업을 몇 개만 보유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연말을 앞두고 있으므로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 주식을 사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시기를 지나고 난 이후에 대한 판단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정말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인가, 정부의 대응은 효과가 없을 것인가, 미국 대선 결과가 정말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이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나친 낙관만큼이나 과도한 비관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균형을 잡고 작용과 반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일단 전염병에 대해서는 확산 자체가 각국의 방역 강화와 봉쇄, 강력한 통화·재정정책 등 정부의 대응이라는 반작용을 빠르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열린 유럽중앙은행 회의에서는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뤄졌고, 조만간 열릴 미국 연준 회의에서도 남아 있는 카드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재정정책도 확대될 것이다.
미국 대선의 경우 과거 집권당에 따라 주가수익률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 정권을 맡았던 부시(아들) 행정부를 제외하면 1981년 이후 미국 증시는 집권당과 상관없이 연율 기준 10% 이상의 실적을 보였다. 또한 부시 행정부의 부진한 실적이 그 이전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버블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면, 사실상 미국에서 집권당과 장기 주가수익률에는 큰 상관 관계가 없다고 판단된다.
결국 증시에서 중요한 것은 경기 사이클과 침체를 막을 수 있는 정책 여력, 그리고 기업 이익이다. 단기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더 이어질 수 있지만, 길게 보고 매수 타이밍을 가늠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최석원 ㅣ SK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