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이 본격화되자 이 부회장이 소유한 삼성 계열사 주가가 급등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고 상속세 마련을 위해 배당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26일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 변동 추이를 보면, 삼성물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5%(1만4000원) 오른 11만8천원에, 삼성물산 우선주는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12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생명도 전 거래일보다 3.8%(2400원) 오른 6만5500원에, 삼성에스디에스는 5.5%(9500원) 오른 1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중심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10조원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배당을 늘릴 거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17.3%)과 삼성에스디에스(9.2%), 삼성엔지니어링(1.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 그치지만 이건희 회장 지분(20.8%)을 모두 넘겨 받는다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또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19.3% 보유하고 있어 우회적 지배가 가능하다.
정동익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 경영 승계 관련 재판과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부담 등을 고려하면 지배구조 개편이 당장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만큼 삼성물산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은 낮고, 상속세 마련을 위해 배당액을 늘릴 수도 있어서 어떤 형태의 변화든 삼성물산 주주들에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짜여져 이건희 회장 보유분 상속으로 인한 지배구조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정작 이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00원(0.3%) 오르는 데 그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시가총액이 360조(전체 시총 비중 18%)로 워낙 커 변동 폭이 제한적인데다 이 부회장이 현재와 같은 간접 지배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코로나19 이전 고점(6만1800원)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배당정책이 앞으로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속세 납부 재원이 될 지배주주 일가 배당소득의 70%를 삼성전자가 차지한다”며 “삼성전자의 2018~2020년 주주환원정책이 마무리되고 2021년 이후 시행될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에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김동양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배주주 일가가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 배당정책을 강화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지분을 집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속을 앞둔 총수 일가의 관심도 삼성전자 주가에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상속세법상 상장주식 상속세는 평가일(사망일) 2개월 전과 후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세 부담도 늘기 때문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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