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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마힌드라가 손 놓는 쌍용차가 다시 살아나려면

등록 2020-08-14 19:33수정 2020-08-15 02:30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쌍용자동차 해고자 중 마지막 복직자 35명이 지난 5월4일 출근했다. 이날 복직한 김득중 지부장(앞줄 왼쪽)과 2018년 12월 먼저 복직한 김정우 전 지부장이 손을 맞잡은 채 교육장으로 향하고 있다. 평택/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쌍용자동차 해고자 중 마지막 복직자 35명이 지난 5월4일 출근했다. 이날 복직한 김득중 지부장(앞줄 왼쪽)과 2018년 12월 먼저 복직한 김정우 전 지부장이 손을 맞잡은 채 교육장으로 향하고 있다. 평택/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최근 쌍용자동차 옆에는 ‘8월 위기설’이라는 말이 따라다닙니다. 이달 안에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져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2011년 인도 기업 마힌드라에 매각된 지 9년 만에 또다시 위기가 닥친 셈입니다. 그동안 쌍용차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쌍용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산업부에서 자동차를 담당하고 있는 이재연입니다. 오늘은 매각과 파산 등 각종 ‘설’에 휘말린 쌍용차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쌍용차의 위기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를 냈는데,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6271억원에 이릅니다. 최근 몇년간 쌍용차의 주력 차종인 스포츠실용차(SUV)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틈새 공략자’로서 우위가 사라지고 수익성이 악화된 탓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연간 비용 약 1000억원을 줄이는 자구안을 내놓기도 했죠. 코로나19 사태가 위기 국면을 앞당기는 역할도 했지요.

마힌드라가 전적으로 의존하는 인도 내수 시장이 2018년 이후 침체에 빠진 것도 원인입니다. 결국 지난 4월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23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던 투자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최근에는 신규 투자자가 나타나면 대주주 지위도 내려놓겠다고 재차 선언한 바 있죠.

쌍용차를 두고 ‘8월 위기설’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달 말까지 신규 투자자가 확정되지 않으면 산업은행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현재 쌍용차의 판매 실적과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외부 수혈 없이 오래 버티기 힘든 건 맞습니다. 다만 산은 관계자는 “부채 900억원의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해준 건 좀 더 기다려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고, 쌍용차 관계자도 “신규 투자자의 윤곽이 드러나는 건 9월 말이나 10월로 예상하고 있고 산은과도 이런 상황을 공유했다”고 했습니다.

관건은 8월이든 9월이든 신규 투자자를 찾는 것입니다. 최근 다양한 후보들이 거론됐지만 전문가들은 매각 가능성에 회의적입니다. 다국적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최근 자동차산업 내 인수합병에 대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계약 금액은 총 11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4% 감소했습니다. 계약 건수도 415건에서 350건으로 줄었고요.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인수합병이 늘어나는 건 올해 말이나 내년이 될 것”이라며 “향후에는 케이스(CASE, 연결성·자율주행·공유·전동화) 기술 위주로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적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강점은 스포츠실용차(SUV)에 있는데 이 시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레드오션”이라며 “게다가 쌍용차는 전장부품 쪽의 역량이 약해서 외국 투자자의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규 투자자가 끝끝내 나타나지 않으면 남는 선택지는 별로 없습니다. 일부 노동계에서는 국유화를 거론합니다. 두 번의 실패를 겪고도 외국계 자본에 쌍용차를 매각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2014년 파산 위기에 처한 피에스에이(PSA) 그룹에 구제금융을 지원한 것을 계기로 회사 지분 12%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르노 지분도 15% 갖고 있고요.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프랑스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국내에는 쌍용차 말고도 다른 자동차업체가 많이 있어서 안정적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결국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기업회생절차입니다. 11년 전 상황의 되풀이인 셈이죠.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보통 모든 채권과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공급·판매망에 차질이 생기고, 쌍용차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11년 전과 같은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쌍용차 노조는 제1노조인 기업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최근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이 수용 가능한지에 대해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라며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5월4일, 쌍용차의 마지막 복직자 35명은 해고된 지 3983일 만에 출근했습니다. 출근길에서 “좋은 차를 만들겠다”고 외쳤던 이들의 약속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쌍용차의 한 임원은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정리해고와 같은 구조조정 없이 기업을 살려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연 산업부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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