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와 테슬라가 나란히 2분기에 흑자를 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나온 ‘깜짝’ 실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테슬라, 중국서 ‘깜짝’ 실적
테슬라는 올해 2분기에 매출 60억3600만달러(약 7조원), 영업이익 3억2700만달러(약 4000억원)을 달성했다고 22일(현지시각)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소폭 개선됐다.
테슬라 선전의 주된 이유는 중국에서 기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테슬라의 2분기 중국 판매량은 3만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판매량(1만9000대)까지 합치면 6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4만2715대)을 넘었다. 중국 시장에 힘입어 코로나19 와중에도 테슬라의 2분기 전 세계 판매량은 9만65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어드는 데 그쳤다. 다른 업체들의 판매량이 3분의 1가량 증발한 것에 비해 선방한 셈이다.
중국 시장 수익성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부터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모델3를 생산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설명회에서 “부품을 중국 현지에서 조달하기 시작하면서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며 “매달 현지 조달 비율이 5~1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소세 효과 본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도 23일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2분기에 매출 21조8590억원, 영업이익 5903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각각 18.9%, 52.3% 줄었지만 당초 예상치는 훨씬 뛰어넘었다. 경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영업이익 전망치 3192원의 두 배 가까운 성적표다. 기아차도 2분기 매출 11조3688억원(-21.6%), 영업이익 1451억원(-72.8%)으로 고전했으나, 전망치는 웃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부진을 내수 시장의 호조가 일부 만회한 영향이 컸다. 현대·기아차의 2분기 전체 판매량은 각각 36.3%, 27.8% 줄었으나, 내수 판매는 외려 12.7%, 26.8%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종료된 개소세 70% 감면 혜택의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내수 판매량만 놓고 보면 증가율은 37.2%, 41.5%나 된다. 고가 차종의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제네시스의 2분기 판매 비중은 5.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중국에서의 부진은 뼈아프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시장 중 하나인데,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자료를 보면, 중국 시장의 2분기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에 비해 2.7% 증가했지만 현대차 판매량은 11만8000대로 되레 16.4% 감소했다.
■전기차 주도권이 관건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기차 주도권 다툼이 중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본다.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올해 안에 모델3·와이의 생산 능력을 4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는 2022년부터 생산을 시작하며, 미국 텍사스주에도 공장을 짓기로 했다.
다른 경쟁 업체들에 비해 체력 유지에 성공한 현대·기아차 역시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후 시장은 전적으로 전동화에 대한 적응이 높은 업체들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