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아직 안갯속이다. 사람들은 미생물이 인류를 멈춰 세운 이 기괴한 현실 앞에 한번 놀랐고, 유례없는 정책 홍수 앞에 또 한번 놀랐다. 물론 이런 식의 경제위기는 예전에 없었다. 2003년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나 2005년 조류인플루엔자가 있었지만 코로나19와는 체급이 다르다. 비교 대상은 세계인구의 약 40%를 감염시키고 최대 6%(추정)를 죽음으로 몬 1918년 스페인독감 정도다. 하지만 당시는 1차 세계대전 종반부였고 지금처럼 세계가 촘촘히 붙어 있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에 무리가 있다. 원인이야 뭐든 모든 경제위기는 비슷한 수습과정을 거쳤다. 사상 유례 없는 유동성 살포와 재정투입은 필수다. 그리고 위기는 대략 세 단계로 수습됐다. 그 첫 단계는 위험은 진정되나 경제는 계속 어려운 구간이다. 그 이후엔 진짜 경기호조 단계로 이 때부터 주가도 대세상승의 각을 잡는다. 마지막 단계는 위기 초반에 풀린 유동성 고삐가 풀리면서 자산시장이 과열로 치닫는 국면이다.
지금은 이 가운데 경제가 충격을 흡수하며 엉금엉금 균형을 찾아가는 첫 단계다. 바이러스가 멈춰 세운 세계 경제가 정상화 되는 과정으로, 일그러진 경제가 조금씩 펴지지만 수요위축으로 가계와 기업이 여전히 고전하는 구간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원래 ‘경제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아 이 기간에 나비효과도 크다. 가령 미국 기업신용 경색은 신흥국 자본유출로 불똥이 튀곤 한다. 각국 한계기업들은 이 팍팍한 보릿고개를 견뎌내야 한다. 이런 연유로 경제 전반의 고용회복은 생각보다 더딜 것이다. 또한 금융시장의 초연결성은 왕왕 경제 울타리 밖으로 위험을 실어 나른다. 빵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국가 간 분쟁이나 갈등도 불거지기 쉽다. 중국에 대한 감염병 책임론과 새로운 미-중 무역분쟁 조짐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각종 지원책도 부채를 직접 갚아주는 조치라기보다는 빚을 갚도록 돕는 정책이다. 이래저래 위험경계 주의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저효과로 경제지표가 곧 좋아지겠지만 올해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내년 성장률이 크게 개선돼도 금액 기준으로는 위기 전에 한참 못 미친다. 즉 세계 경제는 더블유(W)자 혹은 엘(L)자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국면에서 주식, 부동산, 원유, 신흥국 환율 등 위험자산은 추세매매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기술적 트레이딩 대상이다. 최근 각국 주가는 작게는 하락 폭의 30%에서, 많게는 70%를 만회했다. 하지만 이게 반드시 완전한 위기소멸을 뜻하진 않는다. 물론 정책수혜 폭이 가장 크고 앞으로 경기회복 시 가장 경쟁력 있는 자산이 주식임을 입증한 점은 고무적이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도 주식은 통화증발에 가장 탄력적인 자산이었다. 그 뒤에는 혁신기업들의 놀라운 이익증대와 배당, 자사주 매입이 있었다. 이번에도 풀린 돈이 갈 곳을 잃어 증시 주변을 계속 맴돌 거다. 다만 지금은 아직 위기 타개의 첫 라운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주가가 빨랫줄처럼 계속 오르긴 쉽지 않다. 기업이익도 더 줄고 주주보상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황에서 살아남을 튼실한 기업과 성장비전을 지닌 우량종목에, 그것도 보수적인 잣대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위기는 늘 차별화를 낳았고 결국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단계가 있다. 최근 강한 주가만 보고 모든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