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현장. <한겨레> 자료 사진.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이후 10년이 지나 또다시 유사한 참사가 재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8년 참사 당시 화재에 취약한 ‘우레탄폼’ 시공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졌는데도, ‘우레탄폼’은 10년이 넘도록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 사고를 계기로 2010년 건축 자재에 대한 화재 안전 기준이 생겼지만, 시공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우레탄폼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30일 국토교통부와 건축업계를 취재한 결과, 냉동·냉장 창고 건설 과정에 흔히 쓰이는 우레탄폼에 적용되는 화재 안전 기준은 없다. 국토교통부 건축안전팀 관계자는 “2008년 이천 사고 이후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내부마감재에 대해 난연 자재를 쓰도록 했지만, 외부로 노출이 안되고 내부 마감재 안에 들어가는 단열재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시공을 많이 하는 ㅌ사 대표는 “우레탄폼을 뿌린 다음에 콘크리트나 금속류로 최종 마감재를 덧붙이기 때문에 준공이 되면 화재로부터 안전한데 시공하는 과정이 문제”라며 “우레탄폼에도 불기 붙기 어려운 난연 제품이 있지만 단가 차이가 크게 난다. 거의 대부분 현장에서 비난연 제품을 쓴다”고 말했다. 액체 상태로 보관되다가 스프레이로 도포되는 우레탄폼은 분사 과정에서 불이 잘 붙는 유증기를 발생시키는 문제도 있지만, 액체 상태의 원료도 가연성 자재이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당시에도 현장에서 작업하다 남은 200ℓ짜리 우레탄폼 연료통이 발견된 바 있다.
우레탄폼이 사각지대에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2008년 이천 화재 사고 이후 관련 규정을 개정할 때, 시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건축 자재에 대해서가 아니라 바깥으로 노출되는 마감재에 대해서만 화재 안전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관련 규정(건축물 피난·방화구조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내외부 마감재는 난연성을 쓰도록 했다.
국토부 건축안전팀 관계자는 “환기나 작업 분리 등 현장의 안전 수칙이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만일 단열재가 난연재였으면 이런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단열재에도 난연 성능을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고, 그런 쪽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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