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분 가치도 떨어져 손실 커져
SK이노·에쓰오일 주가 10% 급락
운항 급감 항공업계는 “숨통 기대”
SK이노·에쓰오일 주가 10% 급락
운항 급감 항공업계는 “숨통 기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맞물린 유가 급락으로 국내 정유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9일(한국시각) 유가 폭락으로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주요 정유기업 주가는 10% 가까운 폭락(종가 기준)을 보였다. 유가 하락이 호재인 항공업계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정유업계는 미리 사둔 원유의 비축분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평가손실로 손해를 본다. 그런데 이 손해보다 심각한 건 수요 위축으로 인한 매출 감소다. 2014~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셰일석유 양산에 들어간 미국 사이의 원유시장 패권다툼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20달러 선까지 떨어진 적이 있지만 이때는 국내외 경제지표가 상승국면인 때라 유가 하락이 외려 수요를 자극하면서 정유업계는 큰돈을 벌었다.
반면 지금은 똑같이 유가가 하락한 상황이라도 경기가 안 좋은데다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추고 국제 이동까지 줄면서 수요가 곤두박질치는 터라 정유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국내 정유업체들은 생산 비중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유럽 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이 이제 시작 단계라 업계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발원과 함께 매출이 급락하기 시작한 항공유는 현재 덤핑에 들어가야 할 수준으로 재고 물량이 쌓였다. 또 에스케이에너지 울산정제공장이 이달부터 10% 감산에 들어가는 등 각 업체들은 공장 가동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원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의 자산가치 하락 탓에 단기적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와 정제 마진, 소비가 동시에 떨어지면서 정유업계의 타격이 오래갈 수도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항공업계에 유가 하락은 호재지만 아시아나항공이 30년 만에 일본 노선을 모두 중단하는 등 항공사마다 운항이 대폭 줄면서 비용감소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유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 가까이 된다”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어떻게든 부담을 줄여보려고 무급휴직까지 하고 있는데, 유가 하락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매출을 올릴 좋은 기회지만 코로나19 탓에 시기적으로 기회요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형 김윤주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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