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삼성물산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은 삼성물산이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
대법원 유죄 판결 뒤 보름여 만인 지난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을 찾았다. 삼성물산은 현재 재판·수사가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핵심 회사다. 그는 왜 첫 국외 행보 대상으로 삼성물산을 선택했을까.
삼성전자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이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이 건설사의 국외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건설 현장 방문 외에 여러 사업 미팅을 소화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삼성 쪽은 16일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의 건설 사업이 우리 경제 발전의 밑천이 됐다면 지금은 인공지능, 차세대 반도체 등 새로운 사업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17.08%)일 뿐 아무런 직책이 없다. 그가 최대주주가 되기까지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등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상승은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로 뒷받침됐고, 그의 지분이 없었던 삼성물산의 경우 사업 실적이 의도적으로 축소됐다는 의혹이다. 제일모직 가치를 높게 인정받아 삼성물산과 합병함으로써 이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높여 사실상 승계를 완료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보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4.89%)와 삼성물산(-4.05%) 주가는 폭락했다.
그의 첫 국외 행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현장 행보를 강화해 존재감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선이다. 향후 실형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역할론’을 강조하는 여론전 성격이라는 것이다.
수사 대상인 회사를 선택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방문한 것은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며 “자신의 불법 의혹에 대해 재판과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관련 회사를 방문하고 행보를 과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대로 파기환송심이 확정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공식직책을 맡을 수 없게 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뇌물 등의 범죄자가 임원인 경우 건설업 등록을 제한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삼성물산을 방문한 것이며 ‘수사는 수사고, 경영 행보는 경영 행보’라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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