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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은 왜 ‘승계 의혹’ 삼성물산을 첫 출장지로 택했을까

등록 2019-09-16 19:18수정 2019-09-16 19:32

‘불법 경영권 승계’ 재판·수사 핵심 회사
대법 유죄 판결 뒤 첫 국외 행보지로 선택

경제개혁연대 “그룹 전반 영향력 과시…
자신 재판 관련 회사 방문 부적절” 지적

삼성전자는 ‘수사-경영행보 별개’ 입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삼성물산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은 삼성물산이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삼성물산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은 삼성물산이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
대법원 유죄 판결 뒤 보름여 만인 지난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을 찾았다. 삼성물산은 현재 재판·수사가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핵심 회사다. 그는 왜 첫 국외 행보 대상으로 삼성물산을 선택했을까.

삼성전자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이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이 건설사의 국외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건설 현장 방문 외에 여러 사업 미팅을 소화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삼성 쪽은 16일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의 건설 사업이 우리 경제 발전의 밑천이 됐다면 지금은 인공지능, 차세대 반도체 등 새로운 사업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17.08%)일 뿐 아무런 직책이 없다. 그가 최대주주가 되기까지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등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상승은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로 뒷받침됐고, 그의 지분이 없었던 삼성물산의 경우 사업 실적이 의도적으로 축소됐다는 의혹이다. 제일모직 가치를 높게 인정받아 삼성물산과 합병함으로써 이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높여 사실상 승계를 완료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보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4.89%)와 삼성물산(-4.05%) 주가는 폭락했다.

그의 첫 국외 행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현장 행보를 강화해 존재감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선이다. 향후 실형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역할론’을 강조하는 여론전 성격이라는 것이다.

수사 대상인 회사를 선택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방문한 것은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며 “자신의 불법 의혹에 대해 재판과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관련 회사를 방문하고 행보를 과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대로 파기환송심이 확정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공식직책을 맡을 수 없게 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뇌물 등의 범죄자가 임원인 경우 건설업 등록을 제한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삼성물산을 방문한 것이며 ‘수사는 수사고, 경영 행보는 경영 행보’라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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