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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바 회계위반 제재 효력 중지한 법원의 황당한 논리

등록 2019-02-26 13:34수정 2019-02-26 21:07

Weconomy | 전성인 홍익대 교수 기고

그래픽_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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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익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지난 2월19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판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상대로 지난해 7월12일자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독자들의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 있으니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7월12일 증선위는 삼바가 미국 바이오젠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합작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맺은 콜옵션 약정 및 자금조달 보장 약정을 재무제표 공시에서 누락시켰다는 점을 이유로 ‘지정감사인에 의한 감사 수용’ 및 ‘재무담당 임원 해임권고’ 처분을 내렸다. 이번 행정법원 제13부의 결정은 이 처분의 효력을 본안 소송 판결 후 30일이 될 때까지 정지시킨 것이다.

이 결정이 말이 되는가? 법조인들은 말이 없다. 기껏해야 “이번 가처분 인용은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일시적으로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으로, 이것만으로 삼바의 주장이 옳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은 아니다” 정도의 소극적 반응이 거의 전부다. 어쩌면 좁은 법률의 논리로 본다면 이런 일반론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 가처분 결정은 재판부가 자신이 판단해야 할 부분은 회피한 채, 때로는 터무니없는 논리까지 동원하면서 삼바에 유리하게 손을 들어 준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물론 필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니 어떤 이들은 “네가 뭔데 배우신 분들의 정교한 결정을 쓰레기로 만드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같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최종 판단은 글을 다 읽고 독자들이 내리면 될 것이다.

■ 일반인의 상식적인 눈으로 본 효력정지 가처분

법원이 행정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시켜야 하는 상황은 어떤 것일까?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르면,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이다.(동조 제2항) 다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않는다.(동조 제3항) 이 규정에 따르면 효력정지를 구하는 신청인은 아마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를 주장할 것이고, 피신청인인 행정처분 당국은 그런 손해 또는 긴급성이 없는 반면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처분이 그대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상적 공방의 배경에는 당해 행정처분의 적절성 또는 적법성에 대한 가처분 재판부의 판단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그 행정처분이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거나,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경우 본안 소송에 가면 이 행정처분이 효력을 상실할 것 같은데, 그 도중에 이런 잘못된 행정처분을 이행하느라고 행정처분의 대상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겪는다면 그것은 부당한 것이니 방지하자는 것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다. 반대로 누가 봐도 잘못된 점이 없는 행정처분에 대해 소송을 내고, 가처분을 가지고 다투는 것은 상식적으로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이런 부적절한 시간끌기는 관련 규정이 보호하려는 법익을 훼손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을 해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가처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7월12일의 증선위 처분이 과연 잘못된 것인가 하는 점을 먼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 지난해 7월 증선위 처분의 배경

증선위는 지난해 7월 삼바에 대해 두 가지 처분을 내렸다. 하나는 ‘감사인 지정’이고 다른 하나는 ‘재무담당 임원 해임 권고’다. 두 처분은 모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2017년 이전의 구 외감법 제4조의3 제1항은 특정한 경우에 증선위가 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 중 제3호가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 결과 제13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재무제표 또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경우다. 또한 구 외감법 제16조 제2항은 회사가 특정한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 증선위가 임원 해임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 중 제3호가 “제13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재무제표 또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경우이다. 그럼 지난해 7월의 증선위 처분은 이런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잘못된 것이었을까?

■ 콜옵션 및 자금조달 보장 약정 공시 누락은 회계기준 위반

삼바의 경우 공시 누락에 관한 사실관계 차원의 다툼은 있을 수 없다. 콜옵션 약정이 일부 기간 공시에서 누락되었고, 자본조달 보장 약정은 전체 기간 동안 완전히 누락되었다는 점은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남은 쟁점은 ‘이런 공시 누락이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이 점에 관해서도 사실상 회계전문가들의 견해는 의문의 여지가 없이 명백하다. 삼바의 콜옵션 및 자금조달 보장 약정 공시 누락은 회계기준 위반이라는 것이다. 증거가 있는가? 있다.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회계전문가들의 모임인 감리위원회 결정이다. <이투데이>는 지난해 6월19일 단독보도(▶바로보기)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심의한 감리위원회의 위원 8명 중 7명이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과거 감사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은 것을 ‘고의’로 판단했다”고 하였다.

■ 상식적인 결론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삼바는 이번 가처분 결정과 관련하여 콜옵션 및 자금조달 보장 약정에 대한 공시를 누락했다.(팩트) 회계전문가들의 모임인 감리위원회에 따르면 이것은 회계기준 위반이다.(팩트의 해석) 따라서 증선위가 이를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한 것이다.(감독당국의 판단) 구 외감법은 회계기준을 위반하여 잘못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경우 증선위가 감사인을 지정하고, 임원 해임권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규정) 이에 따라 증선위가 행정처분을 내렸다.(행정처분)

위 논의에 상식적으로 크게 잘못된 부분이 있는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이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해 달라는 삼바의 손을 들어 주었다. 도대체 재판부는 무슨 생각을 했길래 이런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을까? 몇 가지 논리적 유희를 거쳤다.

■ 가처분 재판부의 논리적 유희(1) : 가처분 사건 자체에 대한 판단 회피

가처분 재판부가 시도한 첫 번째 유희는 삼바에 대한 이 사건 콜옵션 등 공시누락과 관련한 처분(이하 ‘제1차 처분’)이 지난해 11월19일에 있었던 지배력 판단 변경 등을 추가로 고려한 분식회계 처분(이하 ‘제2차 처분’)에 “흡수 변경됨으로써 제2차 처분과 구별하여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판단”한 점이다. 이게 무슨 뜻인가? 상식선에서 풀이하자면, 지난해 11월에 분식회계라는 더 큰 사건에 대한 처분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 7월의 처분은 그 처분에 흡수되어 독립적 의미를 상실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결론의 취지는 ‘우리 재판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고, 심지어 만일 판단한다면 자칫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가 만일 이 사건 증선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그 처분이 그대로 집행된다면 이는 자칫 제2차 처분에 대한 다른 재판부의 결정을 “무력화하거나 잠탈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손으로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제1차 처분의 대상 사건인 콜옵션 등의 공시 누락과 제2차 처분의 대상 사건인 지배력 판단의 변경에 따른 분식회계가 동일한 사건이거나, 후자가 전자의 필연적 결과여서 사실상 구분의 실익이 없는 것일까? 콜옵션 공시 누락은 지배력 판단 변경에 따른 분식회계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것일까? 물론 두 사건은 연결된 사건이다. 그러나 개념적으로는 엄연히 구별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배경인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이 있었던 2015년 7월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콜옵션 공시 누락은 이 합병 이전에 있었던 범죄행위다. 제일모직의 핵심 종속회사인 삼바가 바이오젠에 대해 매우 큰 부채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누락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제일모직 가치의 과대평가다. 제일모직은 콜옵션 누락이라는 삼바의 범죄행위에 힘입어 뻥튀기된 기업가치를 주장하여 구 삼성물산을 헐값에 합병한 것이다.

반면 지배력 판단 변경에 의한 분식회계는 합병의 부산물이다. 그 실행 시점도 합병 이후다. <한겨레>가 지난해 11월1일 단독보도(▶바로보기)한 삼바 내부문건에 의하면, 지배력 판단 변경을 감행한 이유는 분식에 근거한 합병을 뒤치다꺼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삼바가 자본 잠식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삼바는 자본 잠식 사태를 회피하기 위해 서로 다른 3가지 대안을 비교 검토하다가, 최종적으로 지배력 판단을 변경하는 분식회계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콜옵션 약정은 삼바의 자본 잠식을 초래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것이 반드시 지배력 판단의 변경에 의한 분식회계를 필연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고심하던 삼바의 추가적이고 의도적인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콜옵션 누락과 지배력 판단 변경에 따른 분식회계는 그 실행시기도 달랐고, 실행의 배경과 의도도 달랐다. 그리고 전자가 후자를 논리필연적으로 야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이 두 범죄행위는 모두 회계기준을 위반했으나 그 위반의 지점도 다르다. 콜옵션 누락은 파생상품 부채의 재무제표 누락 문제이고, 지배력 판단 변경은 합작 계약의 본질적 성격에 관한 판단 문제이다. 따라서 비록 그 위반에 대한 처벌 형태가 ‘감사인 지정’과 ‘관련 임원의 해임 권고’로 유사한 외양을 띄고 있다고 해도 이 두 처분은 서로 구분되는 것이고, 제2차 처분이 제1차 처분을 흡수하여 제1차 처분의 독립적 지위를 상실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 두 건은 서로 다른 행위에 따라 발생한 서로 다른 논점을 가진 별도의 분식회계인 것이다. 그런데 가처분 재판부는 이런 점에 눈을 질끈 감고 ‘나는 판단 못하겠다’고 손을 내저었던 것이다.

■ 가처분 재판부의 논리적 유희(2): 임원 해임 권고가 초래할 손해 부풀리기

가처분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이 별개로 존재하는 처분이 아니라서 자신이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설사 별도로 판단이 필요한 처분이라고 보더라도 그 효력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이유로 내건 것이 임원 해임 권고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삼바의 재무담당 임원은 대표이사를 제외할 경우 유일한 사내 이사이고 핵심인력인데, “적절한 대체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임된다면 삼바는 “핵심 경영진의 부재로 인한 경영 악화, 대외적 신인도 하락 등 적지 않은 유·무형의 손해”를 겪는데 이것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 말이 되는가? 우선 재판부는 “적절한 대체인력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를 전제했다. 그러나 증선위가 이 처분을 내린 것은 지난해 7월 중순이고 삼바 주주총회는 다음달인 3월 중하순이나 되어야 개최될 것이다. 처분 시점부터 주주총회 개최 시점까지 대략 8개월의 시간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과연 이 기간 중에 재무 담당 임원 후보를 확보하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일까? 또 백보를 양보해서 8개월도 시간이 부족하다면 차기 주주총회에서 대체 임원을 선임할 수도 있다. (증선위 처분은 “해임 권고”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핵심 경영진의 부재로 인한 경영 악화라는 주장은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재판부가 거론한 두 번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인 “대외적 신인도 하락”은 어떠한가? 일반인의 상식에 의하면 이번 처분과 관련한 삼바의 대외적 신인도 하락은 7월 12일의 처분 시점을 전후하여 가장 크게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재무담당 임원의 해임은 자본시장의 시각으로 보면 거의 완전히 예견된 사건일 뿐이다. 합리적 기대 이론에 따르면 예견된 사건의 이행은 자본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가처분 재판부가 공들여 설명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란 그 실체가 지극히 의심스러운 것들뿐이다.

다음으로 행정소송법이 규정한 두 번째 요건인 “긴급한 필요”가 입증되었는지 살펴보자. 가처분 재판부는 임원해임 권고와 관련하여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는 제시하지 못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에 처분이 있었지만 그 처분의 내용이 “당장 무엇을 하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바에게는 적어도 8개월이 넘는 기간이 준비기간으로 주어졌다. 주주들이 원하면 그 기간을 더 늘릴 수도 있고, 심지어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처분의 효력을 ‘당장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어디서 나오겠는가? 가처분 재판부가 이 점에 대해 묵묵부답인 점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정황은 가처분 재판부가 과연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라 임원해임 권고 부분을 판단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 가처분 재판부의 논리적 유희(3): 처분을 거부할 경우의 피해가 과중하다(?)

가처분 재판부의 마지막 논거는 그야말로 희한하기 짝이 없다. 우선 재판부는 감사인 지정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긴급한 필요가 있기 때문에 증선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증선위가 새로운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무슨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일까? 또 왜 그것이 ‘긴급한 필요’를 야기하는 것일까?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감사인은 회사의 회계처리가 공통의 회계기준을 준수했는지를 살펴보는 사람이다. 회계법인마다 적용하는 회계기준이 다른 것이 아니다. 비유적으로 말해 회계법인은 마치 공통의 수험요령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지 감독하는 시험감독관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시험감독관을 바꾸었다고 수험생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기는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가처분 재판부는 어떤 희한한 논리를 꺼내 들었을까? 이것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아래 재판부의 주장을 직접 인용했다.

가처분 재판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행정처분을 이행하려면 지정 감사인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것을 거부하면 ‘무시무시한 벌칙’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벌칙을 받으면 ‘많이 아프니까’ 그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고, 지정 감사인을 안 받을 방법도 없으니 그게 ‘긴급한 필요성’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통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란 ‘(비록 억울하지만) 처분을 곧이곧대로 이행하면 엄청난 손해가 온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가처분 재판부는 ‘처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엄청난 손해가 온다’는 것이다. ‘처분을 이행하면 손해가 오니까 처분을 정지하자’가 아니라 ‘처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가 오니까 정지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반론은 무엇인가? ‘그냥 처분을 이행해 봐’ 이것이다. 왜냐하면 처분이라는 것이 시험감독관을 바꾸는 것, 즉 감사인을 지정해 주는 것이니까 기업이 회계기준을 지키는 한 무슨 손해가 발생하고 말고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회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지정 감사인을 그냥 받으면 그 뿐이다. 즉 이 사안의 경우 행정처분을 그냥 이행하면 특별히 무슨 손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이를 정지시켜야 할 무슨 긴급한 필요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정말 가처분 재판부의 논리가 가관이다.

■ 결론: 가처분 재판부의 논리는 허구일 뿐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필자는 가처분 재판부의 결정이 “터무니없는 논리까지 동원하면서 삼바에 유리하게 손을 들어 준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 덧붙이고자 한다. 삼바의 콜옵션 부채 누락은 그냥 단순히 하나의 파생금융상품을 재무제표에 누락시킨 사건이 아니다. 이것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범죄행위다. 이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혔듯이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5월께 제일모직의 공정가치를 평가하면서 증권회사 리포트를 임의로 취사선택해서 평균내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그 리포트 중에 삼바가 보유한 콜옵션 가치를 별도로 평가한 리포트는 키움증권 빼고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바로 이 평가 결과가 국민연금이 문제 많은 합병을 찬성하는 빌미가 되었다.

이것이 이제까지 알려진 진실의 편린이다. 가처분 재판부가 그 수많은 논리의 유희 속에서 실질적으로 외면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것이 이번 가처분 재판부가 법원이 해야 할 본분을 망각했다고 필자가 비판하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더 이상 법원이 꼼수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모직의 가치평가가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되었는가에 대한 더 많은 진실이 알려져야 한다. 검찰의 수사를 고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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