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과 탈퇴 조건 및 미래관계에 대한 협정 없이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오는 3월29일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당장 그 뒤부터 빠른 속도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들어선다. 노 딜 브렉시트 때 영국 국내총생산은 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총수출 가운데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노 딜 브렉시트 때 유럽연합(총 27개국)의 실질국내총생산이 최대 1.5~1.6%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영국이 지난해 11월 유럽연합과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이 2020년 12월까지 과도적 전환기를 두고 그때까지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한시적으로 머무르는 ‘질서 있는 브렉시트’를 담고 있다. 노 딜 브렉시트로 유럽연합 역내 총생산이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대유럽연합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1~11월) 총수출에서 유럽연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9.4%다.
영국 영란은행은 당장 오는 3월29일 ‘합의 없는 무질서 탈퇴’가 이뤄질 경우 영국 실질국내총생산이 최대 8%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1~11월) 우리나라 총수출액(5368억달러) 가운데 영국 수출은 52억5천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영국 수출액은 선박 수출 감소 등에 따라 2017년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노 딜 브렉시트가 임박하면서 우리 정부는 한-영 에프티에이 체결에 속도를 내야 하게 됐다. 2011년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에 따른 우리 수출상품의 관세면제 혜택이 오는 3월 말부터 영국 시장에서 당장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양국은 에프티에이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김정일 산업통상자원부 에프티에이정책관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한-영 통상관계 연속성 확보를 위해, 영국 시장 수출상품에 대한 수입관세 감축·철폐를 위한 양자 에프티에이 체결을 신속히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3월29일부터 노 딜 브렉시트가 실행되면 개별 국가와의 에프티에이 협상·체결 권한이 영국에 주어지고, 이때부터 협정 체결을 서둘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외에 다른 국가들도 영국과의 양자 에프티에이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터라 한-영 에프티에이의 본격 협상·체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우리 통상당국은 오는 30일 런던에서 국장급 무역작업반을 열어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양자 에프티에이 체결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유럽연합과의 합의안이 통과되는 ‘딜 브렉시트’에서는 영국이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2020년 말까지 한-영 에프티에이를 맺으면 되므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노 딜 브렉시트에서 영국은 다자무역체제인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즉 한국의 대영국 수출상품도 세계무역기구가 정한 수입관세를 물어야 한다. 상품별 한국의 대영국 수출액 비중은 자동차 약 25%, 선박 20%, 각종 소재부품 5% 등이다. 김정일 산업부 국장은 “영국과 그동안 진행해온 에프티에이 협상에서 상품 등 일부 대목은 기술적인 쟁점이 있으나, 품목별로 넣고 빼는 절충작업을 하기보다는 기존의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협정 내용을 거의 그대로 복사하는 방향에서 신속한 협정 체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영국이 노 딜 브렉시트로 유럽연합 역내 자유무역 관세동맹에서 즉각 탈퇴할 경우 영국의 유럽 시장 수출상품은 이제 수입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로 관세면제를 받고 있는 한국의 수출상품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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