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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5조7천억 분식회계’ 고재호 징역 9년…4조5천억 삼성바이오는?

등록 2018-11-18 17:45수정 2018-11-20 18:29

국내외 분식회계 형사처벌 사례
12조 공적자금 투입 대우조선해양
전직 두 사장 연임하려 회계 조작
남상태도 1심서 징역 6년 선고받아

1조5800억 분식 SK 최태원 집유 5년
2800억 두산 박용성·박용오 집유 5년

미국은 시장 속인 행위 강력 처벌
1조5천억 분식한 엔론 CEO 스킬링
24년형 선고…회계법인 결국 해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과거 국내외에서 발생한 주요 분식회계 사건들의 형사처벌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철퇴를 내린 경우도 있지만, 그룹 총수가 면죄부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취임 5년 만인 2003년 에스케이글로벌 분식회계 및 배임과 관련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분식회계 규모는 무역과 관련한 외상매입금(유전스) 누락 1조1800억원, 해외법인 손실 누락 2500억원, 가짜매출 채권 가공 1500억원 등 총 1조5800억원에 이르렀다.

1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은 시장경제와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 범행 주도자이자 이익의 최종 귀속자로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계열사의 손해가 원상 복구됐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최 회장을 풀어줬다.

외환위기 이래 1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6조원대의 분식회계가 발생했다. 2012년부터 회사를 이끌었던 고재호 전 사장이 원가는 줄이고 매출을 부풀리거나, 자회사 손실을 회계에서 누락하는 등의 방식으로 5조7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거짓 회계장부로 40조원대 대출을 받았다. 그의 전임이었던 남상태 사장 또한 2008~2009년 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 결과, 산업은행 관리를 받던 ‘주인 없는 회사’의 전문경영인이었던 두 사장은 연임 욕심에 무리하게 회사 실적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분식회계가 드러난 뒤 20만원대를 넘나들던 대우조선 주가는 1만원대까지 떨어져 수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고 전 사장은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됐고 남 전 사장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20조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월을 선고받았지만 2008년 특별 사면됐고, 두산그룹도 2005년 2800억원 분식회계 혐의로 박용오 전 명예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이 나란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현대상선도 1조원이 넘는 분식회계로 물의를 빚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시장과 투자자를 속인 경영인 등에게 엄격한 처벌을 내린다. 대표 사례가 1990년대 에너지시장 규제가 완화되면서 에너지 중개업체로 급성장한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이다. 2000년 매출액 약 1000억달러로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16위를 차지했던 엔론은 이듬해인 2001년 15억달러 규모의 장부조작(분식회계)이 드러나며 급격히 붕괴했다. 이 사건으로 엔론 최고경영자(CEO) 제프 스킬링은 법원에서 24년형을, 최고재무책임자(CFO) 앤드루 패스토는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제프 스킬링은 4000만달러를 투자자들에게 배상하기로 하고 수감 14년 만인 지난 9월 석방됐다. 이 밖에 엔론의 회계 감사를 맡은 미국 5대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은 시장의 신뢰를 잃어 2002년 해체됐다.

지난 14일 금융당국 발표로 드러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규모는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엔론이나 에스케이글로벌 분식액의 3배 수준이다. 특히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지분율) 유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죄질’도 안 좋은 편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참여연대는 이달 초 이 부회장을 분식회계 사건의 배후로 고발했는데,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올라갈지 관심이 쏠린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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