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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바 시총22조·투자자 8만, 상폐 심사 고려요인 아니다”

등록 2018-11-15 19:22수정 2018-11-16 20:19

상장 직전에 고의 분식, 죄질 나빠
과거 16차례 분식회계 기업과 달라
거래소 “시총 22조 초대형 규모나
분식회계 상장폐지 전례없다는 점도
실질심사서 영향 미칠 변수 아니다”

거래소, 삼바 불러 분식자료 요구
상장폐지 심사할 위원회 구성 착수
고의로 4조5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15일 상장폐지 여부 심사 절차에 본격 착수해 삼성바이오 관계자들을 불러 입장을 듣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특히 거래소는 이번 사건이 기존의 회계기준 위반 관련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사건들(16개 종목)과 달리 ‘주권 상장 이전에 이뤄진’ 첫 회계부정 사례라는 점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된 삼성바이오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회부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삼성바이오 상장폐지 여부 결정 과정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오늘 삼성바이오 쪽 관계자들을 거래소로 불러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결정 내용에 대한 설명과 입장을 들었다”며 “고의적 분식회계 관련 해당 자료를 거래소에 서둘러 제출하라고 삼성바이오 쪽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 쪽은 증선위로부터 분식회계 관련 시기별(2012년~올해 상반기) 데이터를 받아 삼성바이오의 회계 자문사인 삼정케이피엠지(KPMG) 등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데이터는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주식의 지분법 회계처리와 관련해 증선위가 적시한 구체적인 고의적 회계 오류 금액 등을 담고 있다. 삼성 쪽 회계법인은 증선위의 지적 금액을 정확히 반영한 수정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삼성바이오는 수정된 재무제표와 회계처리가 적법했다는 주장을 담은 자료를 조만간 거래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돼 주식 거래가 즉시 정지됐다. 사진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 연합인포맥스 전광판.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돼 주식 거래가 즉시 정지됐다. 사진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 연합인포맥스 전광판. 연합뉴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시가총액) 22조원짜리 초대형 상장기업이라거나 투자자가 8만여명에 이른다는 점 자체는 (상장적격성 심사에서) 크게 고려할 요인은 아니다”라며 “오직 해당 사실만 보고 결정을 내릴 것이다. 특정 기업을 차별하거나 특혜를 주거나 정치적 판단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총과 개인투자자 규모가 커 상장폐지까지 이르진 않을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는 사뭇 다른 발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은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그 밖에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주권을 상장폐지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규정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해당 종목에 이미 투자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잠재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상장폐지에 이르지 않도록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이행할 경우에는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계사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삼성바이오가 회계 장부를 수정하면 자본잠식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삼성바이오는 현재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잠식이 되더라도 투자자 보호 명목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탈피하면 상장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초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16개 종목이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상장실질심사 대상이 됐으나, 상장폐지까지 이른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등 관련 종목 모두 회계기준 위반 케이스가 제각각 다르다”며 “상장폐지 전례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삼성바이오 심의·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삼성바이오 건은 2016년 상장 직전에 고의적으로 회계분식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기존 사례들과는 전혀 다르다. 요컨대 ‘상장 성공’을 위해 고의적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이어서 회계분식을 둘러싼 죄질의 무게와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분식회계가 상장 이전이냐 이후냐는 대목에서 삼성바이오는) 기존 사례들과 명백히 다르고, 이 대목도 실질심사에서 충분히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기업심사위원회(총 7명) 위촉 작업에도 사실상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 건을 기업심사위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를 15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기업심사위 회부가 불가피하다고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심사위는 주로 외부 심사위원(학계, 법률전문가, 회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거래소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총 15명의 심사위원 풀 중에서 뽑아 위촉할 예정이다. 물론 이번 사건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배제된다. 기업심사위에서의 상장폐지 여부 결정은 전원일치 혹은 표결방식으로 이뤄진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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