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2년 만에 또 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발 대형 스캔들에 삼성그룹 안팎은 15일 온종일 술렁였다. 그룹 총수이자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향하는 날 선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겉으로는 그의 재판이나 그룹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삼성의 대외 공식 입장은 전날 삼성바이오가 낸 ‘입장문’에 잘 드러난다. 삼성바이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며 격앙된 태도를 보였고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권이 바뀐 뒤 급변한 금융당국 태도에 대한 당혹감과 분노가 읽히는 대목이다.
삼성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삼성이 또다시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한 삼성 임원은 “잘잘못이야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또다시 삼성이 범죄집단처럼 비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특검에서 들여다본 사안인 만큼 대법원 심리에서도 다를 바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특히 회계조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결국 또 승계로 이어진다. 예상된 바였다”는 볼멘 반응도 나왔다.
이날 이 부회장은 별다른 대외 일정이 없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회계조작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이 부회장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으로 이 부회장의 운신의 폭은 확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금융당국과 참여연대 등의 고발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고, 경우에 따라 검찰 포토라인에 다시 설 가능성도 있다. 최근 들어 국내외와 북한까지 오가며 활발하게 진행한 대외 활동을 접고 당분간 ‘잠수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 직원들의 반응은 팽팽했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삼성그룹 직원들은 회사의 잘못을 성토하기도 했지만 두둔하는 발언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직원은 “(삼성바이오) 상장 때부터 문제라는 건 알려져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쉬쉬하다가 최근 터진 것이다. 정도경영이 중요하다”고 썼다. 다른 직원은 “삼성이 하는 건 뭐든 트집을 잡고 싶은 것 아니냐”, 또 다른 직원은 “박근혜·최순실을 등에 업고 탄생한 정권이라 어거지로 분식회계로 끼워맞춘 거 아니냐”고 적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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