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수장 김상조 공격하는 ‘내부자’…공정위 초유 사태 전말

등록 2018-10-25 10:11수정 2018-10-25 21:41

[경제 인사이드] 국감 화제 유선주 국장
용감한 ‘내부고발자’? 아니면 ‘독불장군’?
국감서 “내부혁신 윗선에서 제동” 직격탄
‘과징금 부당감액’ 징계로 조직과 갈등
유 국장 “공정위가 거짓말로 인격살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용감한 내부고발자인가? 아니면 조직 부적응자 또는 독불장군인가? 공정거래위원회 유선주 심판관리관(국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감에서는 유 국장이 증인으로 나서 조직 수장인 김상조 위원장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내부개혁 노력에 제동을 걸고, 부당하게 직무정지 조처를 내렸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직원들의 ‘갑질신고’에 따른 정당한 조처라고 답했지만, 검찰의 재취업 비리 수사로 큰 타격을 받은 공정위가 내부분열 양상까지 노출해 충격을 던져줬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아이콘‘으로 불려온 김 위원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
판사 출신인 유 국장은 지난 2014년 9월 ‘개방직’ 심판관리관에 임명됐다. 유 국장의 공정위 생활은 평탄치 않았던 것 같다. 공정위 간부는 “업무수행과 관련해 판사 출신인 전임자와 자주 비교됐다”며 “낮은 고과점수 때문에 위원장 등에게 불만을 나타낸 일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유 국장은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10월 임기 2년이 끝난 뒤 재계약(임기 3년)에 성공했다.

유 국장과 공정위 조직 간의 갈등이 표면화한 것은 2017년 성신양회 과징금 부당감액 사건이 꼽힌다. 공정위는 7개 시멘트회사의 담합을 적발하고, 성신양회에 4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성신양회는 3년 연속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며 이의신청을 냈고, 공정위는 이를 수용해 과징금의 50%를 깎아줬다. 하지만 성신양회가 고의로 흑자를 적자로 둔갑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과징금 감경이 취소됐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성신양회의 이의신청 건을 맡았던 유 국장과 담당과장에게 감독 책임을 물어 주의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유 국장은 담당과장과 달리 반발했다. 인사혁신처에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청심사를 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파면·해임 등과 달리 정식 징계에 해당하지 않아 소청심사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 처분했다.

유 국장과 공정위 조직 간의 갈등은 지난 6월 말 검찰의 재취업 비리 수사로 2라운드를 맞으며 더 격화됐다. 당시 유 국장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여러차례 불려갔다. 유 국장은 조사받은 내용을 보고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거부했다. 공정위 한 직원은 “공정위 수사 차원에서 불려갔는데 보고를 거부한 것은 다른 직원 같았으면 용납이 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유 국장이 공정위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정위 한 직원은 “국회·감사원 등에도 내부비리를 제보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8월 일부 언론이 대형로펌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대형 로펌에 간 (공정위) 전관의 부당로비 의혹은 이미 수차례 제기됐는데, … 검찰 수사가 (기업 대상) 취업 알선 규명에 그친다면 … 대형로펌의 공정위 전관 봐주기 수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공정위 현직 관계자의 발언이 담겼다. 공정위와 대형로펌 간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발언 자체를 틀렸다고 지적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최대 위기를 맞은 공정위로서는 일종의 ‘이적행위’로 비쳐졌다. 공정위 안에서는 발언의 주인공이 유 국장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0일 다수 직원이 유 국장의 ‘갑질’을 신고했다며 직무정지 조처를 내렸다. 유 국장은 보고와 결재라인에서 배제됐다. 공정위는 이를 정부가 올해 7월에 발표한 ‘공공분야 갑질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2017년 공관병 갑질사건에 이어 올해 한진그룹 3세 갑질사태까지 터지자, 간부들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인격모독 등과 같은 적폐 청산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유 국장의 갑질을 신고한 직원은 수십명에 달하고, 신고 내용도 다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 한 직원은 “결재가 끝난 뒤에도 직원을 수십분간 앉혀놓고 공정위 조직과 다른 간부들에 대해 험담하기, 지방대 출신 직원과 비정규직인 계약직 사원에 대한 인격모독성 발언, 자기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직원에 대한 결재지연 등 한두가지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고위간부들에 대한 비방글을 위원장에게 보고하라고 아래 직원에 시키고, 법원·검찰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 자기 말을 잘 들으라고 발언한 사례도 들어있다”며 “너무 힘들어 휴직을 신청하거나 사표를 낸 직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갑질 신고는 유 국장의 국감 발언 이후 더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 직원은 “애초 40여명의 심판관리관실 직원 가운데 20여명이 신고했는데, 국감 이후 나머지 직원도 추가로 참여했고, 과거 같이 일하다 다른 국으로 옮긴 직원들까지 동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공정위 유성욱 감사담당관은 신고내용 확인 요청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곤란하다”며 “위원장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국감에서 공정위 사건을 다루는 위원들(1급)이 피조사업체와 만나면 유착 위험성이 있으니 금지해야 하고, 위원회 합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녹음 내용을 계속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김 위원장 등 윗선에서 조직적으로 막았다며 공격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펄쩍 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위원과 피조사업체가 사건과 관련해 개별 면담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피조사업체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 면담을 허용하되 심판관리관실 직원을 배석시키고 녹음·기록을 의무화했다. 또 위원회 합의과정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다만 합의과정의 녹음은 합의문 작성이 끝난 뒤 없애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공정위 안팎에서 신뢰제고 방안이 너무 강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이 밀어부쳤다”면서 “유 국장이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김 위원장을 공격하는 것은 독선”이라고 지적했다.

유 국장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공정위 한 간부는 “국장은 라인에서 위원장을 보좌하는 역할”이라며 “윗사람과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일단 조직 차원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불법이 아닌 한 지시를 따르는 게 당연한데, 유 국장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간부는 “조직 부적응자 내지 독불장군”이라고 표현했다.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위 내부비리를 지적하고 혁신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용감한 내부고발자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유 국장의 캐릭터(성격)가 독특하다는 데는 대체로 시각이 비슷한 것 같다. 공정위 간부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신념이 너무 확고하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조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판사 출신인 유 국장이 법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이 강한 것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또 외부출신으로 공정위 조직에 혼자 적응하다 보니 유연성이나 친화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던 측면도 있을 수 있다.

한겨레는 유 국장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다. 유 국장은 “언론에 사실을 말해도 그대로 쓰지 않는 것 같다”며 “주위에서도 조심하라고 권하고 나도 할 말이 없다”고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유 국장은 “법에 따라 생활했고 업무성과도 냈는데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공정위가 나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려 인격살인과 명예훼손을 한다”고 울분을 나타냈다. 이어 “성신양회 사건으로 주의 조처를 받은 것에 대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직무정지와 관련해) 헌법소원도 준비 중”이라며 “법대로 대처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또 검찰조사와 관련해 “공정위 직원 수십명이 함께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갑질신고에 대해서도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고, 증거도 없다”며 “과장들이 윗선의 지시를 받아 서명을 주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매일유업 멸균 우유 회수 공지…“세척수 섞여 들어가” 1.

매일유업 멸균 우유 회수 공지…“세척수 섞여 들어가”

[단독] 윤 정부 ‘특활비 쌈짓돈’ 2792억…긴축 예산 무풍지대 2.

[단독] 윤 정부 ‘특활비 쌈짓돈’ 2792억…긴축 예산 무풍지대

명품 아울렛까지 들어간 다이소…경쟁력은 어디서? 3.

명품 아울렛까지 들어간 다이소…경쟁력은 어디서?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4.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5.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