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케이뱅크 등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특정 업체를 내정한 뒤 평가 결과를 짜맞추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2014~2016년 기획재정부 간부 및 국회의원 등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 기재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인사청탁을 한 문자메시지도 여러건 공개됐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정부가) 사업자를 사전에 내정한 뒤 평가 결과를 짜맞추기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근거로 든 자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사건에서 결정적 증거 구실을 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다. 박 의원이 제공한 2015년 11월20일 안 전 수석의 자필 메모에는 “카카오 86, 케이티(KT)·우리 83, 인터파크(I-PARK)·에스케이티(SKT) 64”라고 적혀 있는데 이 시기엔 아직 외부위원들의 심사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그해 10월1일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뒤 11월27~29일 2박3일간 외부 평가위원들의 합숙 심사평가를 진행했다. 예비인가 사업자가 발표된 건 11월29일이다. 안 전 수석이 사업자 선정 결과뿐 아니라 평가점수까지 미리 알고 있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의원은 “기재부가 감사를 통해 케이뱅크 설립과정에 비위가 있는지 밝히고 있다면 형사고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안 전 수석에게 승진과 꿀 보직을 얻은 특혜를 누려온 고위직들이 기재부에도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 쪽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행시기수가 낮은 후배가 선임국장으로 발령받을 것을 우려한 안택순 조세심판원장은 2015년 5월 안 전 수석에게 도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6년 9월, 통계교육원장을 맡았던 기재부 박성동 국장(현 기재부 국고국장)을 기재부 본부로 불러들여달라는 청탁 문자를, 안 수석의 고향 친구인 대학교수 송아무개씨는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에 장호현 심의관(현 한국은행 감사)을 고려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정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출신인 조용만 재정관리국장(현 조폐공사사장)을 1급 승진 1순위로 추천됐다고 알렸고, 이한성 당시 의원과 현경병 전 의원도 기재부 인사들에 대한 인사 청탁을 문자메시지로 남겼다. 김 의원은 “(인사청탁 당사자들이) 스스로 거취문제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재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사실 여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엄지원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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