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5년간 통계청 출신이 대표를 맡은 비영리단체 2곳과 200억 원대의 수의계약을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업체가 계약에 필요한 산출명세서가 없는 등 위탁사업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계약 현황’을 보면,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통계청의 위탁사업(추정가격 2천만원 이상) 907건 가운데 수의계약 비중은 58%인 524건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수의계약은 1277억원으로 전체 위탁사업 금액(2398억원)의 53%를 차지했다. 특히 2014년 50.1%였던 수의계약 비중은 올해 56.7%로 커졌다. 국가계약법은 국가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과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경쟁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통계청 쪽은 “통계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많지 않아 공개입찰을 해도 유찰되는 사례가 많다. 그로 인해 수의계약이 체결되는 비중이 줄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통계청이 집중적으로 수의계약은 맺는 비영리단체 2곳이 통계청 출신이 대표를 맡아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통계청과 수의계약 43건(116억원)을 맺은 한국통계진흥원은 2008년부터 통계청 퇴직자 9명이 잇따라 대표자로 취임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통계청에서 차장을 맡았던 고위 공무원이 올해 2월 대표자로 선임됐다. 매년 13억원 규모의 국가통계 통합 데이터베이스(DB) 자료관리 사업을 수행한 한국통계정보원도 지난 5년간 12건(86억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는데, 2011년 설립된 뒤 통계청 퇴직자 5명이 계속 대표자였다.
김경협 의원 쪽은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은 재직 중에 직접 처리한 업무를 퇴직 후에 취급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통계청의 수의계약이나 퇴직자 취업은 이를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간부로 재직할 때 한국통계진흥원 등과 위탁사업 수의계약을 맺고, 퇴직 후에는 이들 단체에 재취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 쪽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한국통계진흥원 등은 법률상 공직자의 재취업이 제한되는 기관이 아니라서 퇴직자 취업을 막을 근거가 없다”며 “다만 계약 체결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2016년과 올해, 위탁사업의 계약과 수행 관리 등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했고 계약에 필요한 산출명세서가 없거나 선금 사용 명세서를 받지 않고 잔금을 지급하는 등 위탁사업 업체의 회계처리 소홀을 적발한 바 있다. 김경협 의원은 “통계청 자체 감사에서도 위탁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들 단체가 높은 전문성을 가져 사업을 계속 맡겨야 한다면 공공기관으로 편입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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