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의원실 보좌진 고발과 압수수색 등 야당탄압과 국정감사 무력화 시도 중단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기획재정부가 재정정보분석시스템(OLAP)에서 열람한 비인가 행정정보를 공개한 혐의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27일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 유출 관련 입장’을 밝히는 브리핑을 통해 “무단으로 획득한 비인가 자료를 즉각 정부에 반환하지 않고 오히려 사실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제3자에게 공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로 심재철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심 의원 보좌진 3명을 같은 혐의로 고발한 데 이은 조처다. 심 의원은 최근 “청와대 지출 내역에 단란주점이 포함돼있다“ “대통령 해외 순방때 업무추진비를 사적 오용하고 한방병원에서 쓴 것으로 허위 기재했다”는 등의 내용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도 청와대가 심야와 주말에 업무추진비로 2억4천여만원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지금까지 나온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보다 심 의원이 내려받은 뒤 반환을 거부하는 자료가 유출될 경우, ‘국가 안위 및 국정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이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달 5~12일 사이에 심 의원 보좌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이후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등 37개 기관의 개별 지출 내역 48만건을 내려받았다.
기재부는 이 자료들이 유출될 경우 △통일·외교·치안활동 관련 정보 노출 △보안장비 등 국가 주요 인프라 관련 정보 노출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고위직 인사의 일정과 동선 노출 △각종 심사·평가 위원 관련 정보 노출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유출 내역에는 업무추진비 뿐만 아니라 행사비, 여비, 운영경비 등 폭넓은 비용들이 망라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인사들의 동선이나 청와대 식자재 제공업체 등이 유출될 경우 신변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고, 국가 핵심 보안장비와 담당 업체 등이 유출되면 외부 세력의 국가 기간 시스템 침투가 가능해질 수 있다. 또 각종 심사 평가 위원들의 정보가 노출돼 공정한 평가업무에도 지장을 주는 것도 기재부가 우려하고 있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이날 김용진 차관은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정상적인 방식에 따라 접속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로그인 이후 비인가 영역에 비정상적인 방식을 사용해 접근하고 비인가 자료를 불법적으로 열람·취득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설명에 따르면 심 의원 보좌진이 사용한 비정상적인 접근 방법은 클릭 한 두번이 아닌 5단계 이상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12년부터 이 시스템을 사용해 온 황 아무개 비서관이 비인가 자료 접근 방법을 습득한 뒤 지난 4~5일 다른 두 보좌관도 재정정보분석시스템 아이디를 발급 받았다. 이후 세 아이디를 통해 부처별로 담당을 나누고 현 정부 출범 이후인 5월10일부터 자료를 내려 받았다는 것이 기재부 쪽 설명이다. 심 의원은 이들보다 늦은 지난 12일 아이디를 발급 받았다. 기재부가 이번 정보열람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이었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김용진 차관은 “비정상적 접근 방식을 우연히 습득하였다면 이런 상황에 대해 재정정보원에 알려 개선토록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보좌진과 의원이 추가적으로 아이디를 발급받고 단기간에 조직적·반복적·집중적으로 불법행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는 심 의원쪽이 주장하고 있는 시스템상 허점과 예산 사용의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대신 향후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차관은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고, 이미 재정정보원의 재정정보 관리실태에 대해 기재부의 감사가 착수됐다”며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국가기관의 예산집행 적정성 여부를 재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정치 논평 프로그램 | 더정치 136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