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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7억 아파트에 연 5만원 증세, 이래서 뛰는 집값 잡히겠어요?”

등록 2018-09-10 05:00수정 2018-09-10 13:58

부동산대책 긴급점검
② 구멍 뚫린 세제·대출규제

17억 아파트에 연 5만원 올린 셈
강남선 ‘가족간 증여’로
세금 피해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축소 등
추석 전 부동산 세제 개편 예정
초고가, 다주택자 증세는
10월 이후 국회서 본격 논의
“공시가 현실화·종부세 대폭인상,
부동산 투기에 강력 경고 보내야”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 김성덕(가명·40) 이수정(가명·39)씨는 지난해 6월 서울 마포구의 전용면적 85㎡(약 32평) 아파트를 처분했다. 대출을 무리해서 받은 탓에 매달 원리금 상환에 100만원씩 들어갔는데,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면서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도 작용했다.

같은 단지, 같은 평수 전세로 옮긴 김씨 부부는 요즘 후회막심이다. 1년 만에 아파트값은 6억원에서 10억원으로 뛰었고, 그에 따라 전세보증금도 오를 거란 생각이 들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보유세 강화한다고 몇달 동안 떠들어대더니 결국 시가 17억원 아파트의 세금을 연간 5만원 늘린 것이더라고요. 1년에 몇억원씩 시세는 오르는데 그보다 낮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 몇푼 매긴다고 집값이 잡히겠어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자 여당은 초고가·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종부세 개편안으로는 부동산 과열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을 현행 80%에서 90%로 높이고, 종부세율을 현행 0.5~2%에서 0.5~2.5%로 인상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여기에 3주택 이상 보유자는 0.3%포인트 추가 과세한다. 그러나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 중 91%(전체 27만4천명 중 24만8천명)는 세율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주택분 세율은 과세표준 6억원(1주택자 9억원) 이하는 현행 세율(0.5%)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1주택자라면 보유 주택의 시세가 10억~20억원 수준이라도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 예컨대 시가 17억1천만원짜리 주택은 종부세 부담(농어촌특별세 포함)이 5만원, 23억6천만원짜리는 28만원 늘어난다. 다만 3주택 이상 보유자는 0.3%포인트 추가 과세 탓에 세 부담이 더 커지지만, 그 대상자는 1만1천명 남짓에 그친다. 이번 개편안으로 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셈이다. 종부세 부담이 1가구 1주택을 비껴가자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로 집중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강남권 등 입지가 좋은 아파트를 팔아버리기가 아까운 다주택자는 가족 간 증여로 눈을 돌렸다. 부부간 증여는 6억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데다 앞으로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초고가·다주택자를 겨냥한 종부세 개편안은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인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기획재정부 쪽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한 만큼 추가적인 논의는 정치권에 공이 넘어갔다는 태도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후 첫 당·정·청 회의에서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종부세법 개정안은 정부안과 의원입법안을 합쳐 9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정부안보다 종부세 세율을 높인 개정안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 안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안 등 2건이다. 두 의원 안은 최고 세율을 3%로 명시했다. 참여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는 최고 세율이 3%였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율과 과표가 대폭 완화돼 최고 세율이 2%로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는 그 중간인 2.5%를 적용한 개편안을 내놓았는데, 국회에서 다시 최고 세율 3%를 논의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여당은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막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다. 전국 43곳의 조정대상지역 내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조건을 현행 ‘2년 이상 실거주’에서 ‘3년 이상 실거주’로 바꾸고,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면제 조건도 ‘3년 내 종전 주택 처분’에서 ‘2년 내 처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내용은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버티면 되는 수준’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라고 진단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이미 나온 정부 대책들도 규제 수위가 종전보다 낮지 않은데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은 ‘버티면 되는 수준’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종부세 개편을 종전보다 더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부동산 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자산가들의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정부 개편안은 너무 안이한 수준이어서 투기세력에게 정부 대책이 별것 없다는 신호를 준 것 같다”며 “3주택 이상은 0.3%포인트 세율을 중과하겠다고 하는데 2%포인트 정도 대폭 중과해 부동산 투기 시장에 참여했다가는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종부세는 가구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뀌면서 제 기능을 잃었다”며 “고가 주택, 다주택자가 실질적으로 세 부담을 가질 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만 손질해서는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종부세는 2006년 강화된 이후 한 가구가 보유한 주택가액을 합산해 세금을 부과(가구별 합산)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개인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이동식 경북대 교수(세법)는 “최소한 미국처럼 부부 합산 과세를 고려할 수 있다. 위헌 논란이 있겠지만 조정 제도를 둬서 해결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은주 허승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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