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문재인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470조5천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재정지출을 9.7%, 41조7천억원 늘리는 것으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저출산 대응 등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최근 경기둔화와 고용부진 등의 상황과 맞물리며 정부가 종전보다 적극적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갈 계획을 내놓은 것이지만, 여전히 단기적인 세수 호조에 의존하는 측면이 커서 중장기 복지확충 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2019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 9.7%는 2009년 10.6%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늘어나는 예산을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등 경제활력 제고, 소득분배 개선 및 사회안전망 확충, 국민 삶의 질 개선, 국민안심사회 구현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총수입은 481조3천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7.6%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국세수입은 올해보다 11.6%(31조2천억원) 늘어난 299조3천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나랏돈은 복지 분야에 대거 쓰인다. 정부는 내년 복지 분야(보건·복지·노동)에 올해보다 12.1% 증액한 161조2천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복지예산은 애초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증가율이 12.9%였지만 국회에서 일부 삭감되면서 11.7%였다. 복지 분야 예산 가운데서도 일자리 예산이 23조5천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22% 늘었다. 구조적인 일자리 부족에다 최근 고용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큰 폭으로 삭감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19조원)보다 2.3% 감소한 18조5천억원이다. 정부는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애초 올해 정부안(17조7천억원)보다는 증액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내년에 큰 폭으로 늘리지만 재정수지와 국가채무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올해 -1.6%(본예산 기준·추경 기준은 -1.7%)에서 내년에 -1.8%로 적자 폭이 다소 늘어난다. 지디피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올해 39.5%에서 39.4%로 외려 낮아진다. 최근 세수가 넉넉하게 들어온 까닭에 지출을 늘리고도 적자 폭을 크게 키우지 않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부는 임기 내내 확장적 재정운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2년까지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이 7.3%에 이른다. 다만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세수확충 계획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투자 계획이 국민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전체적으로 진전된 측면이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좀 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재정확충 계획을 수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은주 허승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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