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배웅을 받고 있다. 평택/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6일 만남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회장의 향후 3심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약화됐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를 열었다. 기업 경영과 관련한 여러 애로사항을 듣고, 이에 대한 해결책 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앞서 엘지(LG), 현대차, 에스케이(SK), 신세계 등과 벌인 간담회의 연장선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서 뇌물공여죄로 1·2심 유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3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 대통령, 김 부총리와의 잇단 만남은 천군만마와 같을 것”이라며 “재판부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만남을 통해 그동안 국내에서 은둔 모드였던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칫 재판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이번 만남 뒤 대규모 투자·고용·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하고, 이후 3심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되거나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이에 대한 대가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아직 재판 중인 이 부회장과 김 부총리의 만남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경제 수장이 삼성과 만나는 게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후퇴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연 매출 30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국내 재계를 대표한다. 다른 한편으로, 삼성은 후진적 지배구조와 노동·환경 등 여러 적폐로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제부총리가 삼성과 만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재벌개혁을 충분히 한 뒤에 만나도 되는데 너무 서둘렀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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