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6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세번째) 등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택/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런저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했다. 김 부총리는 이재용 부회장 등을 만나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이 투명한 지배구조와 불공정거래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삼성 쪽은 바이오산업 규제 완화와 평택공장 전력 문제 등을 건의했다고 한다.
김 부총리는 청와대 관계자의 ‘투자 구걸’ 발언이 부른 논란을 의식해 현대자동차, 에스케이(SK), 엘지(LG) 방문 때와 달리 삼성 방문에선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면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계획을 전달받아 공개한 것이라고는 했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전 정부에서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연 뒤 전경련이 투자·고용 계획을 취합해 발표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앞으로도 각 경제주체를 계속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인데,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이참에 ‘재벌개혁’과 ‘대기업의 역할’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황제경영을 바로잡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고 총수 일가의 불법·비리를 엄단하는 게 ‘재벌개혁’의 요체다. 앞으로도 재벌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에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을 ‘재벌개혁 후퇴’로만 보는 건 지나친 측면이 있다. 과거처럼 재벌 위주의 성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대기업을 배제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대기업 나름의 역할이 있고, 지금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대기업들도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에 청와대 참모진과 김 부총리가 또다시 심각한 불협화음을 드러낸 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주요 정책을 놓고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치열한 논쟁은 회의실에서 끝내고, 국민 앞엔 정제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조율되지 않은 제각각의 입장을 자꾸 드러내는 것은 국민의 정책 불신을 키울 뿐이다. 경제정책 성과는 나오지 않는데 소모적 논란만 되풀이되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참모진과 김 부총리가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의 엄중한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