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장하성 정책실장이 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6일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전격 교체하면서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소득분배 악화와 고용 부진이라는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로선 핵심 경제정책 방향인 ‘소득주도성장’의 기조는 이어가되 가시적인 정책 성과를 챙기는 데 좀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은 지난해 정부 출범 초기에도 경제수석 후보로 물망에 올랐었다. 당시엔 윤 수석 외에 다른 관료출신들도 후보로 거론됐지만, 초대 경제수석 자리는 진보 경제학자인 홍장표 전 수석에게 맡겨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소득·고용지표도 악화하면서 상황은 다급해졌다. 상대적으로 외교안보 분야에 견줘 경제 쪽에선 당장 손에 잡히는 성과가 보이지 않은 탓이다. 홍 전 수석과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이 경제부처를 장악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거시경제에 능통한 경제관료 출신을 전격 투입해 그간 경제팀의 취약점을 보강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수석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년6개월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자리를 지키며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을 이끌어낸 것으로 주목받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부처 장악’이 핵심”이라며 “전임 수석들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덜했고 세부 내용을 챙기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2기 경제팀은 그간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만 올인했다는 여론을 일부 수용하며, 더 포괄적인 범주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과제들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윤 수석이 직전에 몸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포용적 성장’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포용적 성장은 경제성장으로 늘어난 부가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실직자나 영세 자영업자 등까지 두루 포괄할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의 범주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이번 청와대 경제라인 인사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정책 수단이 미약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임금 불평등뿐 아니라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 재분배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더 큰 범주의 정책들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경제부처 간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정책 시너지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갈등이 여러 차례 불거진 가운데, 윤 수석이 일종의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부총리와 윤 수석은 각각 행정고시 26회와 27회로 경제부처 1년 선후배 사이다. 특히 ‘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대’에 관심을 보여온 윤 수석의 투입으로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추진이 더 구체화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너무 이른 시점에 관료 출신을 기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원래 혁신성장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청와대에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인사가 등용돼야 한다. 관료 출신 기용 시점이 너무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정태호 신임 일자리수석 기용을 두고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청와대의 적극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자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정책과 정무를 두루 경험한 ‘정책통’으로 꼽힌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당-정-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뜻이다. 정태호 신임 수석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년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선도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며 “‘당-정-청 팀워크’를 통해 속도감 있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가 최근까지 챙겨온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광주광역시의 일자리 창출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는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낮춰 협력업체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 대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노동자들에게 주택·육아 등을 지원하는 이른바 ‘노·사·정·민’ 타협 모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과 고용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주 김보협 정대하 기자
ejung@hani.co.kr
윤종원 경제수석 기재부 출신 거시경제 전문가
윤종원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은 거시경제·국제금융 등에 정통한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 이명박 정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도 중용됐다. 행정고시 27회 출신이다. 2015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 대사를 맡았다.
△경남 밀양(58) △인창고-서울대학교 경제학(학사)·행정학(석사)-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경제학(박사)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주오이시디 특명전권대사
정태호 일자리수석 정무경험 쌓은 친노·친문 인사
정태호 신임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정책 분야를 두루 담당한 ‘친노(무현)-친문(재인)’ 인사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상황실장을 지낸 뒤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일했다. 2015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2016년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경남 사천(55) △인창고-서울대 사회복지학과-뉴욕주립대 행정학 석사 △이해찬 의원 보좌관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기획·정책조정·기획조정비서관·대변인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오랜 기간 시민·노동·통일운동
이용선 신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오랫동안 시민·노동·통일운동 등을 해온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2011년 야권·시민사회 통합기구인 ‘혁신과 통합’을 배우 문성근씨 등과 함께 꾸렸고, 이후 민주당과 합쳐 민주통합당을 창당한 뒤 당 공동대표를 지내며 정치권에 들어왔다. 19·20대 총선(서울 양천을)에서 낙선했다.
△전남 순천(60) △광주고-서울대 토목공학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공동대표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서울양천을 지역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