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톺아보기
최저임금 인상-소득주도 성장 ‘성과’
그러나 구호에 그친 혁신성장은 ‘과제’
최저임금 인상-소득주도 성장 ‘성과’
그러나 구호에 그친 혁신성장은 ‘과제’
최저임금 16% 올라 하위소득 증대
대-중소 협력이익배분제는 아직
구조개혁 따라야 패러다임 뒤집어 주력산업 세계호황 속 수출부진
혁신산업 8조 투자 구체안 내야 조세개혁 진전 없고 증세 소극적
부담률 22% 올려야 복지 늘려
소통 부족한 경제팀 교체 주문도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대전환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하며 이렇게 선언했다. 반세기 남짓 동안 수출·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취해온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가계 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활성화해 투자·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은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취지에 걸맞은 ‘간판 정책’ 추진은 미흡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할 만큼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일부에선 인재를 골고루 등용해 경제팀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 내려면 보완 필요 ‘소득주도성장’을 핵심 정책방향으로 내건 정부는 지난 1년간 최저임금 인상을 연착륙시키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렸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연평균 인상률(7.4%)에 견주면 큰 폭이다. 또 지난해 주거·의료·교육·통신·교통비를 경감하고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추가경정예산(11조원)을 편성하며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두툼하게 하는 데도 나섰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노동자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2.7%)보다 높은 3.8%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 삶의 질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덕분에 소비지표도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의 산업동향을 보면,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올해 들어 석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동의하면서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가 실천되지 않아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반발이 생겼다”고 평했다. 예를 들어 협력이익배분제의 경우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모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구체안이 나오지 않았다. 대기업이 이익을 중소 협력업체와 공유하거나 출연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로 중소기업인들이 동반성장 1순위 정책으로 꼽는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재벌개혁 등 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이와 함께 소득주도성장은 좀더 다양한 정책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갈 길 먼 고용, 구호에 그친 혁신성장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일자리와 혁신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국민 삶의 가시적 변화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2~3월에 두 달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에 머물렀고 연간 고용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대선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확충 등을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구체화하는데다 지난해에만 일자리 예산 25조원(추경 포함)을 쏟아부었는데도 고용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정부의 고용정책이 노동시장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볼 순 없지만 (고용지표 악화) 추세를 반전시키지도 못했다”고 진단하고, “고용노동정책과 경제산업정책 간의 불균형”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추경 편성과 일자리 창출 등 경기를 살리는 데 신경을 많이 썼는데 지표상으로도, 체감 경기로도 개선되는 모습이 잘 안 보인다”며 “지난해 수출 호조로 낙관하는 분위기가 많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출이 일부 품목에서만 잘된 것이고 무엇보다 내수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혁신성장도 구호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 밑그림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차·드론·스마트시티 등 13개 성장동력을 확정하고 2022년까지 7조9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3월까지 수립하기로 했던 세부실행계획은 감감무소식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어떤 방향으로 혁신할 것인지 큰 방향이나 기업을 움직이게 할 동력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고등’은 이미 깜빡인다. 자동차 수출 부진으로 3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감소하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로 떨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3월(69.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가 견인하는 수출은 올해 3월까지 18개월 연속 증가세지만 장밋빛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세계경제가 호황인데도 수출마저 반도체를 제외하면 실적이 좋지 않다. 과거에는 세계경제가 좋으면 가격·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상당한 수혜를 입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산업을 키워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뒤늦게 시동 걸린 조세개혁 정부 출범 첫해 조세개혁 과제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특위)가 지난달에야 출범하면서 조세재정개혁 로드맵이 아직 나오지 못한 탓이다. 특위에선 소득세·법인세의 세율 조정뿐 아니라 부동산 보유세·임대소득세 강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세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및 소득확대 정책은 적극적 증세 조처는 없는 상황에서 양호한 세수 실적에 기대는 매우 소극적인 모양새”라며 “더욱 강력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이에 걸맞은 적극적인 증세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도 “2022년까지 조세부담률을 22%까지 끌어올리고 재정지출을 늘려야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부담률은 국민의 조세부담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5.1%·2014년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19%대를 맴돌고 있다. 소통이 부족한 청와대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경제정책 방향성이 옳더라도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현 경제팀은 쓴소리를 적폐로 몰고 ‘노란불’이 들어와도 무조건 질주해버린다. 앞으로는 경제정책 운용을 내각 중심으로 바꾸고 관료 등 인재를 골고루 등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허승 방준호 기자 ejung@hani.co.kr
대-중소 협력이익배분제는 아직
구조개혁 따라야 패러다임 뒤집어 주력산업 세계호황 속 수출부진
혁신산업 8조 투자 구체안 내야 조세개혁 진전 없고 증세 소극적
부담률 22% 올려야 복지 늘려
소통 부족한 경제팀 교체 주문도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대전환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하며 이렇게 선언했다. 반세기 남짓 동안 수출·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취해온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가계 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활성화해 투자·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은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취지에 걸맞은 ‘간판 정책’ 추진은 미흡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할 만큼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일부에선 인재를 골고루 등용해 경제팀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 내려면 보완 필요 ‘소득주도성장’을 핵심 정책방향으로 내건 정부는 지난 1년간 최저임금 인상을 연착륙시키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렸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연평균 인상률(7.4%)에 견주면 큰 폭이다. 또 지난해 주거·의료·교육·통신·교통비를 경감하고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추가경정예산(11조원)을 편성하며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두툼하게 하는 데도 나섰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노동자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2.7%)보다 높은 3.8%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 삶의 질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덕분에 소비지표도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의 산업동향을 보면,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올해 들어 석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동의하면서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가 실천되지 않아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반발이 생겼다”고 평했다. 예를 들어 협력이익배분제의 경우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모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구체안이 나오지 않았다. 대기업이 이익을 중소 협력업체와 공유하거나 출연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로 중소기업인들이 동반성장 1순위 정책으로 꼽는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재벌개혁 등 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이와 함께 소득주도성장은 좀더 다양한 정책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갈 길 먼 고용, 구호에 그친 혁신성장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일자리와 혁신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국민 삶의 가시적 변화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2~3월에 두 달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에 머물렀고 연간 고용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대선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확충 등을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구체화하는데다 지난해에만 일자리 예산 25조원(추경 포함)을 쏟아부었는데도 고용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정부의 고용정책이 노동시장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볼 순 없지만 (고용지표 악화) 추세를 반전시키지도 못했다”고 진단하고, “고용노동정책과 경제산업정책 간의 불균형”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추경 편성과 일자리 창출 등 경기를 살리는 데 신경을 많이 썼는데 지표상으로도, 체감 경기로도 개선되는 모습이 잘 안 보인다”며 “지난해 수출 호조로 낙관하는 분위기가 많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출이 일부 품목에서만 잘된 것이고 무엇보다 내수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혁신성장도 구호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 밑그림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차·드론·스마트시티 등 13개 성장동력을 확정하고 2022년까지 7조9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3월까지 수립하기로 했던 세부실행계획은 감감무소식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어떤 방향으로 혁신할 것인지 큰 방향이나 기업을 움직이게 할 동력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고등’은 이미 깜빡인다. 자동차 수출 부진으로 3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감소하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로 떨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3월(69.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가 견인하는 수출은 올해 3월까지 18개월 연속 증가세지만 장밋빛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세계경제가 호황인데도 수출마저 반도체를 제외하면 실적이 좋지 않다. 과거에는 세계경제가 좋으면 가격·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상당한 수혜를 입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산업을 키워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뒤늦게 시동 걸린 조세개혁 정부 출범 첫해 조세개혁 과제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특위)가 지난달에야 출범하면서 조세재정개혁 로드맵이 아직 나오지 못한 탓이다. 특위에선 소득세·법인세의 세율 조정뿐 아니라 부동산 보유세·임대소득세 강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세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및 소득확대 정책은 적극적 증세 조처는 없는 상황에서 양호한 세수 실적에 기대는 매우 소극적인 모양새”라며 “더욱 강력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이에 걸맞은 적극적인 증세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도 “2022년까지 조세부담률을 22%까지 끌어올리고 재정지출을 늘려야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부담률은 국민의 조세부담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5.1%·2014년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19%대를 맴돌고 있다. 소통이 부족한 청와대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경제정책 방향성이 옳더라도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현 경제팀은 쓴소리를 적폐로 몰고 ‘노란불’이 들어와도 무조건 질주해버린다. 앞으로는 경제정책 운용을 내각 중심으로 바꾸고 관료 등 인재를 골고루 등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허승 방준호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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