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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한항공 3세’ 갑질 뒤엔…견제없는 불법승계·특권의식

등록 2018-04-19 19:18수정 2018-04-19 23:14

경영능력 검증 없이 초고속 승진
‘일감 몰아주기’ 편법 승계 혐의도

안하무인·땅콩회항 등 말썽 빈번
파문 잠잠해지면 금세 경영복귀
회사 안팎 위험관리 장치 둬야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 등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잇단 돌출행동의 바탕에 재벌의 편법·불법 승계와 견제 없는 통제 구조 등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의 3남매는 검증 없이 입사 3~6년 만에 ‘회사의 별’인 임원으로 승진했고, 불법행위 뒤에도 금세 복귀했다. ‘회사가 내 것’이라는 인식을 끊지 않는 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초고속 승진·불법 승계

조현민 전무는 2007년 대한항공 과장(광고선전기획팀)으로 입사해 4년 만인 2011년 임원(상무보)이 됐다. 2년 뒤에는 상무, 이듬해에는 전무가 됐다. 또 한진관광과 칼호텔네트워크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언니 조현아(44)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나 오빠 조원태(43) 대한항공 사장도 마찬가지다. 조현아 사장은 대학을 졸업한 1999년에 입사해 2006년 상무보가 됐다. 조원태 사장도 2004년 입사해 2007년 상무보로 승진했다. 조 사장은 3남매 가운데 가장 빨리 임원이 됐고, 12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됐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들 3남매가 총수의 자녀라는 이유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동안, 평범한 직원들은 경쟁을 뚫고 15년 이상 노력해 임원이 됐다. 예를 들면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부사장)는 1987년 입사해 18년 만인 2005년 상무보가 됐다. 이어 전무를 거쳐 부사장이 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대한항공의 경영권 승계는 아버지 때부터 불법·탈법으로 이뤄졌다. 조양호 회장은 아버지인 선대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탈세 혐의로 수차례 추징 및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1999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증여세 납부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편법증여자금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1조원이 넘는 한진그룹의 탈세 및 추징액은 당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자식들 역시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 편취 혐의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말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과 내부거래로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과징금 14억원을 부과하고 조원태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는 이들 3남매가 지분을 각각 100%, 85% 보유했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다.

■ 여론 눈치보다 복귀

대한항공은 16일 조현민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기발령했다. 하지만 조 전무는 여전히 정석기업 대표이사 부사장, 한진관광 대표이사,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진에어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 안팎에선 이번 파문이 잠잠해지면 조 전무가 조현아 전 부사장처럼 손쉽게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대기발령'이 풀리면 언제든 현업 복귀가 가능하다. 조 전무는 경영 일선에서 즉각 사퇴하고, 경영층도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땅콩 회항’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 상태인데도 지난달 29일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조원태 사장은 2000년 교통법규 위반 뒤 단속하던 경찰관을 치고 도주하다 시민에게 붙잡히는가 하면, 2005년에는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2012년에도 인하대에서 1인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따가운 여론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이런 사례들은 조 회장 3남매가 경영능력 검증 없이 초고속 승진하고, 편법·불법으로 막대한 부를 넘겨받았으면서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외부 통제 필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수 일가에 대한 회사 안팎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대한항공 일가의 행태를 볼 때 스스로 변하기는 어렵고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외부 압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5년 신년사에서 조양호 회장은 “외부 인원이 포함된 소통위원회를 꾸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의 오너 리스크와 핵심 경영진 승계, 회사 차원의 대응 등에 관한 종합적 지배구조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 및 경영권 승계를 책임있게 추진할 회사 내부 기구가 없고, 정관·이사회 규정에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권한이나 책임 소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사건 이후 별다른 제도 변화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총수 일가의 임원 지위를 계열사로 넓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재벌 3세들은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어 위험관리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주들이 이사회에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갑질 문화 청산을 강조했고, 국민권익위원회는 ‘반부패 가이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진 일가는 최우선 대상자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현준 박수진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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