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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원전 지진대책 지지부진…침수 막을 ‘방수문’ 한곳도 없다

등록 2017-11-17 19:25수정 2017-11-18 09:10

한수원 “원전 24기 중 21기 내진성능 7.0” 강조
7.0으로 강화된 설비는 ‘원자로 안전 정지’ 계통뿐
정부·원안위, 2011년 ‘후쿠시마 후속대책’ 세웠으나
6년여 지났는데도 방수문, 감압설비 등 설치 못해
원자력 발전소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원자력 발전소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가동 원전 24기 가운데 21기의 내진 성능이 규모 7.0 수준이라고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진·해일 등 중대 재해 대한 대응력을 높이라며 정부가 6년 전 권고한 원전 침수를 막기 위한 방수문 설치 등 안전개선 대책들을 애초 계획과 달리 아직 끝마치지 못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한수원이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해마다 반기별로 작성한 ‘국내 원전 안전점검 개선대책(후쿠시마 후속대책)’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자료와 한수원 설명을 종합하면,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권고한 49건의 대책 가운데 9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앞서 정부와 원안위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년 5월 해당 대책들은 한수원에 권고했다. 독일 등 상당수 나라가 후쿠시마 사고 뒤 ‘탈핵’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한국은 설비 강화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이후 6년이 지났지만 대책 가운데 4건 중 1건 꼴로 ‘미결’ 상태다. 핵심적인 것을 꼽으면 △원자로정지계통 내진성능 개선 △내진 방수문 △수소감지기 설치 △격납고 배기·감압 설비 설치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유로 설치 등이다. 모두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을 폭발시킨 수준의 중대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다.

우선 비상시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설비인 원자로정지계통의 내진성능은 노후 원전인 한울 1·2호기, 고리 2호기에선 7.0 수준으로 강화되지 않았다. 한울 1·2호기는 1988~1989년 프랑스 알스톰사가 내진성능 6.5에 맞춰 지은 것으로, 한수원에 내진검증문서 자체가 없었다. 한수원은 정부 권고 대책을 이행하려고 뒤늦게 알스톰사에 내진검증문서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내진성능 자체 평가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지난해 말에야 끝냈고, 연말까지 평가를 끝낼 계획이다. 이 작업이 끝나야 성능 개선을 위한 장비 구입 및 교체가 가능하다. 고리 2호기는 외산 자재가 많아 외국에서 교체 설비를 구해야 해 조처가 늦어지고 있다.

원전에 해일이 닥쳤을 때 핵심시설 침수를 방지할 방수문은 지난해 설치가 끝나야 했지만, 아직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다. 방수문 공급 업체들이 제작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성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심지어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업체도 나왔다. 이에 한수원은 계획을 바꿔 지난 6월 원안위에 2019년 6월까지 방수문 설치를 완료하겠다고 보고했다.

중대 사고 발생 시 격납고 안 수소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주제어실에 알려주는 수소감지기도 월성 1∼4호기, 한울 1·2호기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한울 1·2호기의 경우 자재가 단종돼 대체품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격납고 과압을 예방하는 배기·감압 설비(CFVS)는 지난해 6월 수명이 연장된 월성 1호기에만 있다. 한수원은 월성 2∼4호기에 들어갈 설비는 국내에 제작할 수 있는 업체가 없어 프랑스 아레바사에 맡겨놓았다. 원전의 냉각기능이 망가졌을 때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에 비상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외부 주입유로도 아직 국내 10여개 호기에 설치돼 있지 않다. 한빛 2호기의 경우 2016년 11월까지 3회나 입찰을 재공고했지만 ‘부품을 만들겠다’며 나서는 회사가 한군데도 없었다.

원자력안전연구소의 한병섭 소장은 “현재 국내 원전 상태를 종합해 보면 7.0보다 약한 지진에도 증기발생기가 터지거나 원자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앞서 공극(콘크리트 내 구멍)이 여럿 발견된 원전의 경우 더 안전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또 “원자로정지계통 내진성능 강화 조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열화, 부식 등이 발견된 노후 원전은 폐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수원 쪽은 “2011년부터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한 대책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다”며 “몇 대책이 안전 테스트나 검증 등의 이유로 늦어지고 있지만,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전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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