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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양산단층 인접합 부산·대구 내진율 낮아 ‘지진 취약’

등록 2017-11-17 09:17수정 2017-11-17 10:34

내진성능 보강 시급
건물 10개 중 8개 내진 확보 안돼
기준 강화에도 기존건물 속수무책
공공건축물 중 ‘오래된 학교’ 문제
민간건축물 강제 어려워 더 심각
서민 사는 ‘필로티’ 불안감 높아져
경북 포항 북쪽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빌라 기둥이 무너졌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기술사들이 현장검점을 하고 있다. 포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북 포항 북쪽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빌라 기둥이 무너졌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기술사들이 현장검점을 하고 있다. 포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해 경주에 이어 15일 포항까지 지진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 건축물이 내진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진설계 의무 대상에 해당하는 국내 건축물 중 내진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은 20% 수준에 그친다.

국토교통부의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내진설계 의무 대상인 전국의 건축물 273만8172동 중 내진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은 56만3316동(20.6%)에 불과하다. 공공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율(내진율)은 25.1%, 민간 건축물은 20.4%였다. 지역별로 내진율이 가장 저조한 곳은 부산으로 13.7%에 불과했고, 대구(15.7%)와 강원(15.8%)이 뒤를 이었다. 부산과 대구는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양산단층대가 인근에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진율이 낮은 원인에 대해 국토부는 최근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이 빠르게 강화돼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이 대상이었던 내진설계 기준은 2015년 3층 이상, 500㎡ 이상으로 강화됐고,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에는 올해 2월부터 2층 이상(500㎡ 이상)으로 강화됐다. 이어 12월부터는 2층 이상, 200㎡ 이상으로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신축 건물이 아닌 기존 건축물에 대한 소급적용은 되지 않아 건설 당시 내진설계 대상이 아니었던 건물들은 지진 피해에 취약한 구조로 남아 있다.

정부는 공공 건축물과 교량, 철도 등을 아우르는 공공 시설물의 내진보강 관련 예산을 2016년 824억원에서 올해 2878억원, 2018년 4330억원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교량과 공항시설은 2018년까지, 철도는 2019년까지 내진율 10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16년말 기준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성능 확보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43.7%였지만, 학교와 놀이시설의 내진율은 각각 23.1%와 13.9%로 낮았다.

민간 건축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공공시설과 달리 기존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를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내진성능을 보강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재산세와 취득세를 일부 감면하는 등 세제혜택을 주고, 건폐율과 용적률도 10% 완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센티브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김재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기존 건축물을 저비용으로 내진보강하는 공법들이 이미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다”며 “이런 기술을 국토부에서 적극적으로 개발해 보급하고, 건물 재해보험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 건물들의 기둥이 심하게 파손되면서, 이런 건물들이 지진에 취약하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필로티 구조는 건물 1층에 외벽,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주차공간 등으로 개방하면서 내력벽, 기둥으로만 하중을 견디도록 한 구조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필로티 구조의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국적으로 1만2321동으로, 전체 도시형 생활주택(1만3933동)의 88.4%에 달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민과 1~2인 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 2009년부터 마련된 300가구 미만의 단지형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을 가리킨다. 필로티 건물도 3층 이상이면 내진설계 대상이지만 내진설계가 제대로 안 됐거나 부실시공이 이뤄진 경우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승 최종훈 김규원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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