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협상에서 미국 쪽이 자동차·철강뿐 아니라 약값과 정보기술(IT)·지식재산권 등 서비스부문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추가 개방과 수입장벽 철폐 요구를 공세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정문 개정 착수 여부와는 별개로, ‘협정의 실제적 이행’ 쟁점을 둘러싸고 개별 품목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2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 웹사이트를 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전날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린 직후 올린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제품)을 배제하는 (비관세 수입규제) 장벽들을 철폐하고, 미국의 각종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위적 가격 설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약값을 정하는 제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에도 미국은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 도입을 관철하고 건강보험 약값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미국 쪽 주장이 관철된다면, 건강보험 확대를 꾀하는 ‘문재인 케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또 “(상품교역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식재산권 등) 서비스 수출도 지난 4년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며 “이번 협상을 이런 장벽을 해결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2016년 3470억달러)에 대해 최근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어 ‘지식재산권 전쟁’이 우리에게도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무역대표부는 올 초 내놓은 각국별 ‘비관세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소프트웨어·서적·음반 등 각종 소비자 제품의 온·오프라인 불법복제·공유”를 문제로 지적하며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정부기관이 인증받은 소프트웨어만 사용하도록 정품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한국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도입하라고 압박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국방부나 법원의 정품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사를 요청했지만 보안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같은 경우를 막기 위해 미국 쪽이 아예 국내 법률로 이를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