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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명당 한해 240개 먹는데…농장서 식탁까지 ‘달걀 공포’

등록 2017-08-18 18:32수정 2017-08-18 22:24

살충제 파동으로 불안·분노 확산
전수조사 결과 49곳 부적합 판정
경기도 양주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17일 양주시청 직원들과 농장 관계자들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을 폐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기도 양주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17일 양주시청 직원들과 농장 관계자들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을 폐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달걀은 값도 싸고 단백질이 풍부한데다 맛도 있어 아이부터 노인까지 ‘최고의 반찬’으로 꼽히는 음식이다. 부침·조림·찜·국 등 요리법도 다양해 밥이나 김치만큼 많이 먹는다. 국민 1인당 1년에 240여개의 달걀을 소비한다고 하니, 통계로만 보면 일주일에 4개 이상은 먹는 셈이다. 달걀 시장(생산) 규모는 연 1조8천억원에 달한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국민반찬인 달걀의 인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특히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 달걀에서 집중적으로 살충제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산란계 농가 1239곳(최근 달걀을 출하하지 않은 곳 제외)을 검사한 결과 사용이 금지돼 있거나 기준치를 초과해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가는 모두 49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31곳(63.3%)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다.

살충제 파동을 계기로 달걀의 유통경로를 살펴보니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이른바 ‘농장에서 식탁까지’ 달걀 안전을 위협하는 지뢰가 곳곳에 있었다.

생산을 맡고 있는 달걀 농가의 문제는 심각하다. 비좁은 공간에 수많은 닭을 몰아넣고 기르는 ‘공장식 밀집사육’은 살충제 달걀의 시작점이다. 대량 생산을 위해 산란계 농가의 99%가 이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가로·세로 50㎝ 크기의 철창인 배터리 케이지 안에 닭 5~6마리가 함께 산다.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전염병에도 취약하고, 진드기가 생길 수밖에 없어 살충제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다. 농장주들도 잘 알고 있다. 한 산란계 농장주는 “밀집사육을 없애지 않고는 살충제 사용을 근절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약 사용을 줄이긴 하겠지만 중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장주도 “케이지 사육을 수십년 동안 해왔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없앨 수 있냐”며 “정부가 인체에 무해한 살충제를 개발해 보급하거나, 닭을 방목해서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된 달걀을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인증과 등급 시스템도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친환경 달걀’은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맡고 있는 무항생제 축산물과 유기 축산물 인증이 있다. 전체 산란계 농가 1456곳 중 780곳(53.6%)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무항생제 축산물이 765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도 무항생제 달걀이다. 항생제를 쓰지 않은 사료를 먹고, 일정 기간에 항생제를 맞지 않은 닭이 낳은 달걀이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항생제는 물론이고 살충제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살충제 달걀’이 나왔다는 것은 인증이 잘못됐거나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밀집사육·부실 인증·깜깜이 유통…곳곳 안전 구멍

50㎝ 닭장서 사는 산란계 99%
전염병 취약·진드기 등 달고살아
업무정지 업체가 친환경 인증하고
도매상은 유통기한·산지 조작까지
관리 방치한 정부도 책임 있어

친환경 인증과 사후 관리는 64곳의 민간기관이 맡고 있다. 민간기관의 부실인증 문제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해마다 지적될 정도로 심각하다. 이번에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가에 친환경 인증을 준 민간기관 중 일부는 과거 부실 인증으로 적발돼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로 밝혀지기도 했다. 달걀의 품질(1+, 1, 2, 3)을 알 수 있는 등급 달걀은 전체의 8% 수준으로 너무 낮다. 등급을 받는 과정에서 달걀을 꼼꼼히 살필 수 있는데, 등급제가 강제가 아니어서 농가들의 참여율이 낮다.

농가와 계약을 하는 중간유통(도매) 과정에서도 달걀 안전은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달걀 도매는 여러 경로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중소 규모의 식용란 수집판매업체와 달걀 집하장(GP센터) 등이 있다. 식용란 수집판매업체는 꽤 난립해 있다. 전체 산란계 농가가 1456곳인데, 식약처에 등록된 식용란 수집판매업체는 1860곳이나 된다. 도매 단계에서 이들 업체는 전체 달걀의 33%를 담당한다. 업체 1곳당 여러 농장 달걀을 취급하고 있고, 이력추적제가 도입되지 않아 유통경로가 전산화돼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살충제 달걀’이 도대체 어디로 팔려갔는지 정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도매상들은 달걀에 생산지나 유통기한을 조작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 생산지와 유통기한을 조작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은 달걀 44억원어치를 전국에 유통시킨 업자 21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반면 농가의 달걀을 모아 세척, 포장하는 달걀 집하장(GP센터)은 50곳에 불과하다. 농협 등이 운영하는 지피센터에서는 살충제나 항생제 검사도 주기적으로 하고 유통경로도 투명하다. 지피센터를 통한 도매 거래는 전체 달걀의 약 30%다. 농가에선 비용 등의 문제로 지피센터보다 중간 유통상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법으로 지피센터에서 처리한 달걀만 유통하도록 하고 있고, 일본은 시중 유통 달걀의 80%가 지피센터를 통한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대형마트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서도 ‘살충제 달걀’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는 여러 곳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있어, 위험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마트의 경우 납품하는 전국 57개 양계농가 중 2곳에서 생산한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소매업체인 만큼, 자체적으로 달걀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개정해 달걀의 검란·선별·포장 등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식용란 선별 포장업’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육농가에서 생산한 달걀이 대형마트 등 소매 부문으로 유통되기 전에 잔류물질 등에 대한 검사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소연 방준호 최상원 송인걸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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