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파동으로 불안·분노 확산
전수조사 결과 49곳 부적합 판정
전수조사 결과 49곳 부적합 판정
경기도 양주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17일 양주시청 직원들과 농장 관계자들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을 폐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염병 취약·진드기 등 달고살아
업무정지 업체가 친환경 인증하고
도매상은 유통기한·산지 조작까지
관리 방치한 정부도 책임 있어 친환경 인증과 사후 관리는 64곳의 민간기관이 맡고 있다. 민간기관의 부실인증 문제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해마다 지적될 정도로 심각하다. 이번에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가에 친환경 인증을 준 민간기관 중 일부는 과거 부실 인증으로 적발돼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로 밝혀지기도 했다. 달걀의 품질(1+, 1, 2, 3)을 알 수 있는 등급 달걀은 전체의 8% 수준으로 너무 낮다. 등급을 받는 과정에서 달걀을 꼼꼼히 살필 수 있는데, 등급제가 강제가 아니어서 농가들의 참여율이 낮다. 농가와 계약을 하는 중간유통(도매) 과정에서도 달걀 안전은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달걀 도매는 여러 경로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중소 규모의 식용란 수집판매업체와 달걀 집하장(GP센터) 등이 있다. 식용란 수집판매업체는 꽤 난립해 있다. 전체 산란계 농가가 1456곳인데, 식약처에 등록된 식용란 수집판매업체는 1860곳이나 된다. 도매 단계에서 이들 업체는 전체 달걀의 33%를 담당한다. 업체 1곳당 여러 농장 달걀을 취급하고 있고, 이력추적제가 도입되지 않아 유통경로가 전산화돼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살충제 달걀’이 도대체 어디로 팔려갔는지 정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도매상들은 달걀에 생산지나 유통기한을 조작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 생산지와 유통기한을 조작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은 달걀 44억원어치를 전국에 유통시킨 업자 21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반면 농가의 달걀을 모아 세척, 포장하는 달걀 집하장(GP센터)은 50곳에 불과하다. 농협 등이 운영하는 지피센터에서는 살충제나 항생제 검사도 주기적으로 하고 유통경로도 투명하다. 지피센터를 통한 도매 거래는 전체 달걀의 약 30%다. 농가에선 비용 등의 문제로 지피센터보다 중간 유통상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법으로 지피센터에서 처리한 달걀만 유통하도록 하고 있고, 일본은 시중 유통 달걀의 80%가 지피센터를 통한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대형마트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서도 ‘살충제 달걀’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는 여러 곳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있어, 위험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마트의 경우 납품하는 전국 57개 양계농가 중 2곳에서 생산한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소매업체인 만큼, 자체적으로 달걀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개정해 달걀의 검란·선별·포장 등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식용란 선별 포장업’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육농가에서 생산한 달걀이 대형마트 등 소매 부문으로 유통되기 전에 잔류물질 등에 대한 검사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소연 방준호 최상원 송인걸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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