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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수검사 끝난다고 안심하고 달걀 먹을 수 있나

등록 2017-08-17 18:58수정 2017-08-17 22:15

26곳 추가 발견 등 전국으로 확산
부적합 판정 대부분이 친환경 농가
‘간 손상 위험’ 새 농약성분 검출도
홈플러스 이어 이마트도 살충 달걀
닭진드기 퇴치 정부 대책도 막막
사용이 금지돼 있거나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가가 17일 현재 전국 32곳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이날까지 전수검사가 마무리되면 합격란을 위주로 달걀 유통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살충제 달걀’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가 추가로 26곳 발견됐다고 이날 밝혔다. 전날까지 경기와 강원, 충남, 전남 지역에서만 ‘살충제 달걀’이 발견된 데 이어 이날 경북(5곳), 울산(2곳), 경남(2곳), 대전(1곳) 등을 포함해 농가 범위가 전국적으로 더 확대됐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농가 847곳의 달걀은 정상 유통되고 있고, 이는 평상시 달걀 출하량의 86.4%에 이른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살충제 달걀 농가가 늘어나면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외에도 에톡사졸과 플루페녹수론 등 다른 농약성분도 나왔다. 닭과 달걀에는 사용 자체가 금지된 것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코덱스(CODEX) 기준은 두 물질을 피프로닐에 견줘선 독성이 낮은 물질로 분류한다. 하지만 장기간 섭취했을 때 간 손상 등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역당국인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로 농가에 대한 전수검사를 마치고, 시중 유통 단계에 있는 달걀 조사도 18일까지는 모두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흘 만에 완료된 전수검사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데다, ‘살충제 달걀’이 발생한 근본 원인인 ‘진드기’ 퇴치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정부의 전수검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잔류농약 검사에 사용될 시료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검역 담당자들이 정해진 규정에 따라 달걀을 수거하지 않고 농가에서 건네주는 달걀을 받아가는 등의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121곳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진드기 퇴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농가에서는 또다시 금지된 살충제를 쓸 여지가 크다. 송창선 건국대 교수(수의학)는 “기존 허가된 제품에 대해서는 진드기가 내성이 생겨 약효가 없어진 것이 농가에서 피프로닐을 사용하게 된 원인이었다. 지금은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니 당장은 사용을 자제할 수 있지만, 진드기 문제가 계속된다면 농가에서는 결국 또다시 살충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16년 기준 ‘닭진드기’ 용도로 등록된 살충제는 14종이지만, 이 중 상당수는 1970~80년대 등록돼 현재는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다.

그동안 믿고 찾아온 친환경 인증 달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32곳 중 친환경 농가는 28곳에 이른다. 현재까지 발견된 ‘살충제 달걀’ 대부분이 친환경 농가에서 발생한 것이다. 기준치 미만 농약이 검출돼 유통은 가능하지만 친환경 인증이 취소될 35곳을 포함하면 모두 63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들 달걀에 대해선 “친환경 표시를 뗀 채 유통하게 할 계획이지만 시장에서 회수는 쉽지 않다”는 것이 농식품부 쪽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 농가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농가보다 진드기에 취약해 구충 비용을 줄이려 살충제를 사용하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살충제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친환경 농가에 살충제를 공급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김영록 장관은 “친환경 농가에서 문제가 됐기 때문에 더욱 죄송하다”며 “민간 인증 기관 64개소를 가능하면 통폐합해 인증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대형마트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것으로 발표된 경기 이천과 여주 2곳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은 이마트에 납품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에는 홈플러스에 납품되는 충남 천안 농가 달걀에서 비펜트린이 검출된 바 있다.

정부가 15일 달걀 출하를 중지하기 전에 시중에 얼마나 많은 ‘살충제 달걀’이 유통됐는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직 유통 단계에 있는 달걀의 경우 추적조사를 통해 수거가 가능하지만 슈퍼 등 소매점이나 가정에 판매된 달걀은 소비자 자신이 주의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전수조사가 끝날 때까지 최종 결과가 나오면 달걀에 적힌 생산자 정보를 통해 구매한 달걀이 부적합한 달걀인지 확인하라”고 밝혔다. 정부가 앞으로 남은 500곳가량의 농장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사를 마치면 농가 수나 살충제 성분의 종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등급계란정보 조회하기' 누리집에서 달걀 이력 정보를 입력하면 ‘살충제 달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허승 방준호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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